전주에서 극동아시아타이거즈를 보다 Seeing Far East Asian Tigers in Jeonju
지난 주말 전주대학교에서 열린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JUMF)에서 극동아시아타이거즈(극아타)를 봤다. 소문만 듣던 밴드, 음원으로 들어도 ‘흔들리는 시간 속에’, ‘다시 다시 만나’ 같은 곡들의 가사가 너무 좋아서 무대도 기대되었는데… 기대 그 이상이었고, 완전히 빠졌다. 공연을 다녀오고 나서 주말 내내 극아타 유튜브 콘텐츠와 온갖 이야기들 수집 완료. 지난 펜타포트 영상 2번 정주행 재생 완료. 펜타 너무 더워서 극아타 보러 일찍 갈 수가 없어서 포기했는데 (저녁 6시에 감), 영상으로 보니 조금 후회되긴 하지만.. 그 때 못본 덕에 전주에서의 충격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극아타 무대를 보러 가기 전에 휴대폰 충전도 할 겸, 비도 많이 오고 하니 돗자리에 충전기를 꽂아두고 맨몸으로 털레털레 스테이지로 갔다. 친구는 옆 스테이지에서 리도어를 보고 있어서, 혼자 적당히 슬램존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슬램은 안할거지만, 슬램존 근처에 서서 공연을 보면 공기가 순환되어서 덜 답답하니까 ^^(락페 1n년차 고인물의 생존법) 하여간 첫 곡부터 비냄새로 냅다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때 부터 그냥 정신을 못차리고 본 것 같다. 내 바로 뒤에 모든 곡을 신나게 따라부르는 남성 관객, 내 앞에는 거의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관객이 있었는데 ㅋㅋㅋ 그 둘 덕에 더 신나게 공연을 본 것 같은 느낌?
그렇게 그냥 냅다 즐기면서 너무 행복하다 재밌다~~ 이 친구들 잘하네~~ 하는 마음으로 보다가, 마지막 즈음에 ‘흔들리는 시간속에’를 하는데 아니 갑자기 왜 눈물이 나는거지? 이렇게 신나는 음악을 하는데 눈물이 날 수가 있나? 나 요즘 힘들었나? 가사가 왜 이렇게 마음에 콕콕 박히는 걸까???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사람들은 모두 신이 나서 방방 뛰는데, 나는 그 사이에서 끅끅거리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리고 그 눈물이 너무 시원하게 느껴졌다. 뭔가 다시 10대 때처럼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게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마음을 다시 되찾게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생각, 아니 고마운거 말고 그냥 지금 너무 행복하다 이 순간이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극아타를 만나게될 순간은 작년 부락도, 올해 펜타도 아니었던거다. 딱 지금 이순간, 비오는 밤의 전주에서여서야만 했다는 생각.

지난번 펜타까지만 해도, 10대와 20대 초반에 많이 가던 락페스티벌의 추억을 떠올리며 공연을 봤던 것 같다. 그때 재밌었지. 아 지금은 좀 힘드네. 아 얘들아 슬램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나때는 말이야~ (속으로만 생각함) 근데 극아타 공연을 보는데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낭만’이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등장하는 낭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2026년 8월 15일 현재에 새롭게 심겨지고 있는 낭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마음이 그 무엇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극동아시아타이거즈의 지난 시간들을 찾아봤다. 펜타포트에 서고 싶어서 몇 번을 도전하고, 펜타포트가 열리는 여름이 되면 늘 우울해 하며 오랫동안 여러번의 멤버 변동을 겪으면서도 팀을 떠나는 멤버에게 졸업식을 열어주며 팀 색깔을 지키는 리더 명지수, 그러다 결국 펜타포트 슈퍼루키로 무대에 서고, 그 후 3년만에 가장 큰 메인무대의 낮 타임을 꽉 채우는 밴드로 성장하고, 그런 와중에도 작은 무대에서도 모든 열정을 발휘해서 음악을 하고, 드러머가 직접 그린 하찮은 호랑이 캐릭터로 슬로건을 만들고, 밴드 멤버들이 계곡에서 어린 아이처럼 노는 동안 구석에서 헤드셋을 끼고 책을 보는 막내 기타리스트와 어린 딸들이 낙서한 베이스를 들고 무대를 누비며 연주하는 베이시스트가 있는, 이 밴드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10월 부산 락 페스티벌까지 기다리기가 도저히 힘들어서, 급하게 경주황금카니발 일정을 잡았다. 원래 친한 언니랑 국일관에서 하는 디제잉을 보러가기로 했었는데, 이 벅차오르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서, 극아타를 9월에 또 봐야할 것 같아요. 또 볼 생각에 벌써 신나고, 어흥샵에서 긴치전 슬로건 사고 무신사에서 티셔츠까지 모두 구비해두었음. 9월만 기다려, 어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