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minseok.com

커리어 별자리 with 판교고등학교 공학 동아리 멘토링 커리어 별자리 with 판교고등학교 공학 동아리 멘토링

어제 낮 기온이 31도였다. 여름이 다가온다! 즐거운 여름. 여름이 좋아. 요즘은 정말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느낌. 최근에 지역 고등학교에서 2시간 동안 진로 특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주제는 무려 ‘AI와 더불어 성장하는 나만의 커리어 매커니즘’.. 너무 거창해. 3년 전에 김영광(삼촌)님과의 인연으로 성남시청소년재단에서 진행하는 지역 청소년 멘토로 위촉되었는데, 올해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멘토링 특강을 하러 갔다. 내가 처음 만난 학생들은 판교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남학생들로 구성된 매커니즘(공학)동아리 친구들. 이 친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1교시에는 ‘내 자리의 모양을 찾아서’ 글로 연재했던 나의 커리어 여정에 대해 말해주고, 2교시에는 AI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싶었다. 특강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받은 후기에서, 내가 전하고자 했던 말이 꽤 잘 전달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학생들이 남겨준 후기들(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 자신의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요약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한 경험들을 설명해주는 것
  • 알지 못했던 LLM 딥러닝의 숨겨진 이면을 알게되었다.
  • 철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셨다는게 신기했고 수업도 잘해주셨다
  • 생성형 AI로 사람들이 멍청해졌다고 말하지만 그 시작은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시스템에서부터였다. 추천과 숏폼으로 읽는 능력이 사라지다가 생성형 AI로 쓰기까지 위탁하게 됐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를 본인의 힘으로 잘 할 수 있어야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그래야 어느 시대가 오든 살아남을 수 있다.
  • 인공지능의 이면과 사용 중 알아야할 것.
  •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전문적 견해를 넓혀가는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강의록도 함께 덧붙여두기!

강의장 전경

강의 시작 슬라이드

1교시 — 커리어 별자리 토크

시작하며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김민석이라고 하고요. 이름이 남자 이름 같아서 남자 선생님이지 않을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여자고요. 저는 카카오임팩트라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판교역에 그 카카오 건물 아시죠? 거기 건물에서 일하고 있고, 오는 데 한 15분 정도밖에 안 걸리더라고요.

오늘 여러분들 남겨주신 질문들을 열심히 읽어봤는데, 다들 고민하고 계신 게 많아서 제가 그거에 대한 답변을 오늘 다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들으시다가 궁금한 거 있으면 손들고 질문하셔도 되고, 손드는 게 부끄러우시면 저를 계속 쳐다보세요. 그럼 제가 손 들어보라고 할 테니까요.

질문을 한 네 가지 정도로 구분을 해봤어요. 1~2번은 진로 관련, 제가 어떻게 일을 했었는지 멘토에 관한 질문. 3~4번은 공학 동아리분들이라서 그런지 AI 관련한 심도 깊은 질문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1교시는 커리어 별자리 토크, 2교시는 AI 얘기로 진행해 볼게요.

꿈과 직업, 일은 모두 같은 말일까요?

저는 처음에 ‘꿈’이라는 거, ‘직업’이라는 거, ‘일’이라는 거, 그 세 단어가 다 같은 단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일을 하는 게 곧 나의 꿈이다, 라고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신문 읽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중앙일보를 많이 봤는데, 그때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 학과 홍보가 신문에 되게 많이 나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중앙일보-삼성-성균관대가 다 연관이 있었던 거였는데, 그때는 그런 거 모르니까 “아, IT가 요즘 중요한 건가” 싶었고, 또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관련 활동을 많이 해서 “나도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IT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장래희망 칸에 맨날 그런 거 썼었고, 그때는 그냥 꿈을 꾸는 거랑 직업을 갖는 게 다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컴퓨터공학과 가서 삼성에 취업하면 그게 다 내 꿈이지, 미래의 직업이고 일이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고3 때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 학과 탐방을 갔어요. 예술이랑 기술을 융합하는 학과인데, 거기서 들은 얘기가 되게 재밌었고, “삼성 가는 것만이 꿈이 되는 게 아니라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일을 하면 재밌겠다, 그게 내 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이 학교는 떨어져서 못 가고, 건국대 컴퓨터공학과를 갔어요. 학교 가서 이런저런 활동하고 사람도 만나고 하다 보니까 점점 내가 꿈꾸는 것, 직업, 일이 다 일치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가 어떤 언니를 만났는데 그분이 “무엇이 되고 싶다라고 명사형으로 미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형용사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얘기를 해주신 거예요. 그러면서 “꿈, 직업, 일은 다 같은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꿈과 직업, 일은 모두 다 다른 것이구나!

대학 시절 사진

대학을 다니다가 22살쯤에 학교가 너무 다니기 싫은 거예요. 여러분도 대학교 2학년 때 되면 ‘대2병’이라고 있어요. 중2병처럼. 다들 휴학하고 싶어 하고 고민이 생겨요.

그때 제가 한 일이, 주변에 있는 저보다 나이 많은 언니 오빠들한테 “대학 왜 다녀요?” 물어보고 다녔어요. 다들 “좋은 회사 취업하려면 졸업장이 필요하니까”라고 답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답변이었어요. 그래서 휴학을 했고, 마을 공동체 활동가로 일을 하게 됐어요. 학교 안 다니는 학교 밖 청소년 친구들, 춤추는 거 좋아하는 친구, 식물 좋아하는 친구들 만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배웠어요.

근데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고, 내부에 문제가 생겨서 중간에 그만뒀어요. “이게 내 꿈과 맞닿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별로면 나는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 다시 고민하게 됐죠.

그러다 구글 코리아에서 하는 디지털 기자 양성 프로그램을 들었어요. 거기 동기들 중에 한겨레 같은 신문사 취업한 분, 유튜브 ‘EO’ 대표인 분도 있고. 근데 거기 들으면서 “기자도 내가 딱 하고 싶은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한테 화두를 던지는 일을 하고 싶은데, 기자는 또 아닌 것 같고. 23살 때 계속 진로 고민을 한 거죠.

하고싶은 걸 해보자! 컴공 + 철학 복수전공

컴공+철학 복수전공 시절 인터뷰

제가 컴퓨터공학과였는데 3학년 때 철학과로 복수전공을 시작했어요. 공대 1학년이 되면 뭘 배우냐면, 모든 공대 똑같아요. 기계과, 컴공 다 똑같이 물리·화학·미적분 배워요. 교수님이 칠판 가득 미적분 식 채우면서 가르치고, 화학 실험하고 리포트 쓰고. 저는 뭔가 만들고 싶어서 컴공 갔는데 그런 거 하나도 안 가르쳐 주고 맨날 화학 실험만 하니까 얼마나 재미없었겠어요. 그래서 철학 복수전공을 하게 된 거죠.

보통 인문대에서 취업하려고 컴공 복수전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반대로 컴공 학생이 돈 안 되는 철학을 복수전공하니까 좀 특이해서 인터뷰까지 했었어요. 자발적인 모임 만들어서 성공회대 강의실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이랑 세미나도 하고, 공간 빌려서 공부도 하고. 컴공 친구들 보기엔 “쟤 좀 특이하다” 했겠지만, 저는 그냥 재밌었어요.

나만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던 첫 인턴 생활

아산 프론티어 유스 인턴 시절

24살쯤 첫 인턴을 했어요. 아산 프론티어 유스. 인턴 생활만 하는 게 아니라 해외 연수도 보내주고 교육도 시켜주는 종합 프로그램이었어요. 마을 공동체에서 실망 많이 했던 게 이때 많이 회복됐어요. 나쁜 경험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거기서 배우는 게 있고 상쇄되는 경험이 또 온다. 그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걸 넣었어요.

제가 기록을 많이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너 기록 진짜 잘한다”고 칭찬해 주면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장점으로 발견하게 됐어요. 영국 헤이스팅스, 네덜란드 가서 인터뷰하고 얘기 나누고, 진로를 결정하진 못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나는 앞으로 뭘 하더라도 잘할 수 있겠다.”

계획이 없는 게 계획입니다

인도 여행 사진

25살에 인턴 끝나고 복학했는데, 원래 하고 싶었던 다른 인턴이 떨어진 거예요. 할 일이 하나도 없어서, 보니까 입학 후로 쉬지 않고 달려왔더라고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취준 안 하고 인도 여행을 갔어요. 한 달 동안. 14시간 버스가 진흙에 빠져서 양 떼 사이에 갇히는 경험도 하고, 「세 얼간이」 마지막에 나오는 판공초 호수도 가보고. 멋진 풍경 보고 책 읽고 돌아왔는데, 돈 다 써서 “이제 취업해야겠다” 그래서 25살 가을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어요.

그동안 컴공·철학에서 했던 거 다 생각해 보니까, “나는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구나.” 애초에 컴공 간 이유도 만들고 싶어서였는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C언어 같은 거는 수학이 기본이라 재미가 없었던 거고. 그래서 서비스 기획자로 취업했어요.

게임회사에서 보낸 5년 반의 직장 생활

최종 면접 3일 전에 B형 독감에 걸려서 의사가 일주일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거예요. 근데 면접 보러 판교까지 와야 했고, 의사 선생님이 “마스크 쓰고 가서 독감 걸렸다고 말 하지 말고 면접 볼 때만 벗어라” 했었어요ㅎㅎ 다행히 합격했어요.

신입 공채로 3주간 교육 받았어요. 폴리 스튜디오 가서 게임에 들어가는 칼소리·활소리 녹음하는 거 보고, 보드게임 형태로 팀별 게임 만드는 교육도 받고, 영화 촬영 교육도 받고. 재미있었죠.

입사 첫날에 조직장님이 일대일 면담을 하시는데, “민석 님은 기획자지만 개발자들보다 개발을 더 잘하는 기획자가 돼야 된다. 너가 컴공 나왔으니까 우리가 뽑은 거고,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는 개발자들이 쓰는 거니까 네가 잘해야 한다. 근데 너한테 일 가르쳐 줄 사람도, 네 일 했던 사람도 우리 회사에 아무도 없으니 혼자 알아서 배워라. 도와줄 사람은 많으니까 누구든지 대화 많이 해보고 스스로 익혀서 성장해라.” 26살, 대학 졸업도 전 신입한테 그러신 거예요.

근데 그날 저는 좀 재밌었던 것 같아요. “망했다” 보다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를 고민했고, 그래서 했던 게 그냥 열심히 하는 거. 많이 물어보고, 문서 찾아보고, 다 기록·메모하고, 업무 일지 열심히 쓰고. 입사 후 3년 동안은 진짜 맨날 일 고민만 하면서 재밌게 일했어요.

NC에서 한 일은 API 게이트웨이. API가 뭐냐면, 인스타그램에 글 올리고 댓글 달고 DM 보내는 그런 기능들이 컴퓨터 안에서는 ‘API’로 통신해요. “댓글 달 거야” 보내면 “댓글 등록 완료” 하는 식의 기능 최소 단위. 그 API들을 묶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게 API 게이트웨이. 그리고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 도배·욕설·광고 같은 비정상 사용을 탐지하는 위험 탐지 시스템도 만들었어요.

회사 일만 한 건 아니고, 업무 일지 쌓인 노하우를 글로 만들어 외부 플랫폼에 기고도 했었답니다.

카카오임팩트로, 오랜 꿈을 직업이자 일로 만들다

카카오임팩트 시절

2019년부터 2024년까지 NC를 다니고 2024년에 카카오임팩트로 이직했어요. 사실 NC에서 재미있게 일했지만, 제 원래 꿈은 2016년 인터뷰 마지막 줄에 써놓은 거였어요.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NC에서 만든 게임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줬지만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기술은 아니었거든요. “내 진짜 꿈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살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카카오임팩트를 만났고, 지금 담당하는 사업이 ‘테크포임팩트’. 비영리 단체, 사회적 기업처럼 돈이 아니라 사회적 미션을 위해 일하는 분들이랑 IT 개발자·디자이너를 매칭시켜서 그분들이 사회적 임팩트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에요.

공대에서 제일 중요한 거는 효율과 최적이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 빠르게, 더 적은 자원으로 엔지니어링할까. 근데 저는 항상 “왜 효율적이어야 하지? 왜 성능이 좋아야 하지?”가 더 중요했어요. 엔지니어 입장에서 항상 중요한 건 아니었던 것 같고요. 근데 여기서 일하면서, 10년 동안 쌓인 고민이 “내가 지금 이 기술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로 정리된 것 같아요.

지금 직무는 기술기획자. 카카오임팩트에서 시스템 만들고 기술 프로그램 굴리는 일을 해요. 웹사이트나 웹서비스를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전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에요. TPM(Technical Program Management) 시스템이라고 해서, 어떻게 하면 이런 기술들을 잘 만들 수 있는지 시스템화하는 거.

최근에 하는 거는 AX(AI Transformation). 우리 조직이 저만 공대고 다 문과예요. 사회복지·심리학·사학과. 이분들이 본인 하는 일에 AI를 어떻게 활용해서 더 효율적으로 임팩트를 낼 수 있을지 리딩하고 있어요. 비영리 재단이라 매출 내는 곳은 아니지만 사회적 임팩트를 더 많이 내려면 효율화가 필요하니까. 최근에는 AI 인터뷰어도 직접 개발했어요. 재단 직원 인터뷰를 혼자 다 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서, AI랑 대화하면 결과가 저장·분석되는 서비스로요.

내 자리의 모양은 무엇이었을까요?

https://byminseok.com/lab/constellation/minseok/

저는 항상 그런 걸 꿈꿨거든요. 나한테 꼭 맞는 자리가 있을 거라고. 직업이든 꿈이든 일이든 나를 위한 자리라는 게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여러 가지를 했는데, 나중에 와서 그림으로 그려보니까 “아, 이건 그냥 김민석이라는 사람의 별자리였구나” 싶었어요.

여러분도 지금 진로가 있을 수도 있고 꿈이 있을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그게 뭐가 되든 그냥 점을 하나씩 찍고 10년 20년 지나서 보면 그게 각자의 별자리가 되는 게 아닐까. 그 얘기를 좀 하고 싶었어요.

워크시트 — 나의 별자리 그려보기

지금 관점에서 별자리를 그려보면 어떨까 싶어서 워크시트를 가져왔어요. 지금까지의 시간 속에서 ‘별이 될 만한 사건들’, 그리고 ‘미래에 만들고 싶은 장면’을 써보고, 그걸 이어서 그림을 그려보는 거예요. 7분 드릴게요.

Tip: 현재까지를 떠올리기 어려우면 오히려 미래에 내가 원하는 장면이나 문장을 먼저 생각해 보고, 거기에 맞는 걸 앞으로 돌려보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게임 만드는 일,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일을 하고 싶다면 그 미래 장면을 먼저 떠올리고, 거기에 직접·간접 관련 있는 책, 여행, 대화, 수업, 유튜브 영상 같은 걸 별자리로 찍어보는 거예요.

학생 발표

  • A 학생 — 초1: 과학자 / 중3: 베이스가 사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고민 없이 살 만큼 돈을 많이 벌고 싶다” / 고1: 치과의사 목표였는데 성적 받고 메디컬 못 가겠다 싶어서 / 미래: 원하는 것에 원하는 만큼 고민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사람. → “꿈이 자주 바뀌었네요. (웃음)”
  • B 학생 — 초1: 이사 와서 친구 사귀려 노력 / 초6: 졸업 여행 부산 / 중1: 판교 이사, 다가와준 친구들 / 중3: 졸업, 지금도 만나는 친구들 / 고1: 먼저 다가가기 / 미래: 자취하면서 게임도 하고 좋은 컴퓨터 사기. → “앞에서는 친구·주변 사람 얘기가 많았는데, 미래에는 그게 없고 게임과 컴퓨터로 바뀌었네요. 진화한 거?”
  • C 학생 — 처음 공부하겠다고 다짐한 순간 / 강원도 가족여행에서 본 군사 장비에 흥미 / 고등학교 성적 받고 “더 잘할 수 있다” / 미래: 군사 장비 만드는 일.
  • D 학생 — 2015년 첫 해외, 2019년 한국 복귀로 패턴 회복 / 게임 기획에 처음 관심 → “진짜로 하고 싶은 걸 찾았다는 느낌, 지출이 생기는 느낌” / 자체 세계관 완성 시 단순한 바람이 실제로 현실화되는 느낌 / 미래: 군대 다녀와서 어릴 때부터 그려온 세계를 현실화.
  • E 학생 — 구구단(2단) 깨달은 자기 전 순간 / 중학교 입학 / 중3 기말고사 (가장 열심히 공부한 때) / 미래: 겨울 눈 오는 휴일에 일어나서 게임하기.

마무리

제가 어떻게 대학 갔는지 얘기 안 했네요. 저는 수능 안 봤어요. 입학사정관제로 갔는데 그때가 완전 초기였어요. 사교육도 없었고. 그때 했던 게 지금 여러분 한 거랑 비슷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내가 컴퓨터공학과랑 관련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살짝 써보는 거. 그걸로 자기소개서·포트폴리오 만들고 대학을 갔어요. 갑자기 생각나서 얘기해 봤어요.

다 공유해 줘서 고맙고, 쉬고 이따 2교시 진행해요.


2교시 — AI 이야기

여러분은 AI를 어떻게 쓰세요?

본격적으로 AI 얘기를 좀 해볼 건데, 일단 여러분들에게 궁금한 게 있어요. 어떻게 쓰고 있는지.

  • GPT가 80% 이상, 제미나이도 절반 정도 사용. 클로드 써본 친구는 한 명 정도.
  • 수행평가, 과제, 자료 조사 / 수학 문제 풀이 (답안지 대신 GPT에 물어봄) / 개념 이해 / 시험 공부 / 게임 기획할 때 상상력 보태기 / 건물주 수익 같은 갑자기 궁금한 거.
  • 학교 와이파이에서 제미나이가 막혀 있어서 GPT만 쓸 수 있다는 친구도 있고, 그록 쓰는 친구, 퍼플렉시티(출처 나와서 주제 잡을 때) 쓰는 친구도.
  • 선생님들이 수행평가 때 “GPT 쓰지 마라”가 아니라 “완전히 베끼지만 마라.” → “근데 베껴도 선생님이 아시면서 모르는 척하시는 거 같아요.” → “AI 냄새가 나니까요.”라는 이야기도 나눔.
  • 존댓말 vs 반말: 대부분 반말. 존댓말 쓰는 친구는 “나중에 챗GPT가 점령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그록은 데이터를 좀 거르지 않고 많이 학습시킨 거라 말을 잘하죠. 트위터 기반이라 출처가 X(트위터)면 다 거짓말일 수 있고요.

AI ≠ LLM (개념 정리)

우리가 ‘AI’라고 부르는데, 사실 엄밀히 따지면 지금 쓰는 건 LLM이라는 기술이에요. 큰 원부터 짚어볼게요.

AI/머신러닝/딥러닝/LLM 계층 다이어그램

Computer Science / Engineering (1936)
└── Artificial Intelligence (1956, John McCarthy)
    └── Machine Learning (1959, Arthur Samuel)
        └── Deep Learning (2006)
            └── LLM (2017, "Attention Is All You Need")
  • 컴퓨터 사이언스(1936): 앨런 튜링이 튜링 머신 개념을 말하면서 학문적 기틀이 잡힘. 컴퓨터 = 계산기. 알고리즘·자료구조·운영체제·네트워크 같은 수업이 다 여기 속함.
  • AI(1956): 존 매카시가 처음 쓴 용어. “기계가 사람처럼 추론·학습·인지·언어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 처음엔 규칙 기반이었어요. “이 경우엔 이렇게, 저 경우엔 저렇게.” 제가 학교 다닐 때 인공지능 수업이 제일 인기 없었어요. 곧 은퇴하시는 연세 많은 교수님이 엄청 어려운 수식 계산만 하니까. 폐강되기 일쑤였죠. 지금은 아마 컴공에서 제일 인기 많은 수업일 거예요.
  • 머신러닝(1959): 아서 새뮤얼. “기계가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지 않고도 학습한다.” 규칙 기반 → 통계적 패턴 학습으로 전환. 근데 그 뒤로 텀이 길었어요. 이른바 AI 암흑기.
  • 딥러닝(2006): 인공 신경망으로 학습. 이미지·음성처럼 복잡한 데이터도 자동 학습.
  • LLM(2017): 「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에서 ‘어텐션’ 개념이 LLM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침. 방대한 파라미터(매개변수)를 텍스트로 사전 학습해서 언어를 이해·생성.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의 기반.

컴퓨터 자체가 80년밖에 안 된 학문이에요. 수학은 수천 년, 물리학도 수백 년이지만, 컴퓨터 과학은 100년도 안 됐어요. 아직 만들어지는 중인 학문. 여러분이 진로를 시작하는 시점은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학문의 초입이에요.

그리고 연도 간격을 보세요. 1936 → 1956 → 1959 → 2006 → 2017. 점점 가속이 붙고, LLM 등장 후 5년 만에 전 세계가 일상적으로 쓰게 됐어요. 여러분 중에 안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요.

LLM의 세 가지 특성

① 확률 기반

LLM은 사실 진실이나 사실을 몰라요. 그냥 확률 기반 패턴 매칭으로 대답해요. “오늘 날씨가 ○○○” 다음에 뭐가 올지, 창밖을 볼 수도 없고 날씨 API가 연동돼 있지 않으면 자기가 학습한 데이터 중에 “맑다”가 많으면 “맑다”, “흐리다”가 많으면 “흐리다”라고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단어를 뽑아 말하는 거예요.

비유하자면 숙련된 대필 작가예요. “이 작가면 다음에 이런 문장 쓰겠지” 추측하는. 이해하고 인지해서 답하는 게 아니라 패턴 매칭이고, 데이터가 워낙 방대해서 진실처럼 보일 뿐이에요. 사실 그냥 그럴듯하기만 한 것.

② 할루시네이션 (왜 발생하나)

자신만만하게 틀린 답을 하는 거. “내 GPT가 멍청해졌어”가 아니라, 원래 LLM은 그런 애예요. 다섯 가지 정도 이유가 있어요.

  1. 훈련 데이터 자체가 틀린 경우 — 인터넷에 있는 잘못된 정보들이 그대로 학습됨.
  2. ‘모른다’를 못 배움 — 컴퓨터는 0 아니면 1, 맞다/틀리다 둘 중 하나. 중간이 없어요. 25년에 OpenAI가 낸 논문에도 나오는데, 훈련 방식에서 “모른다”엔 좋은 보상을 안 줘요. 차라리 틀려도 답을 하면 보상을 주니까 확신에 차서 틀리는 쪽으로 편향돼요.
  3. 긴 맥락에서 앞쪽을 놓침 — 우리도 1교시 처음에 무슨 말 했는지 잘 기억 안 나잖아요. 그것처럼.
  4. 생성해야 한다는 압박 — 생성형 AI는 일단 말을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무조건 완성해야 돼요. 그게 맞는지 틀린지 모르고, 모른다고 말도 못 하니까, 일단 틀린 답을 말하는 거죠.

‘할루시네이션(환각)’이라는 용어 자체에도 논쟁이 있어요. 환각은 “여기에 없는 것을 본다”는 뜻인데, 그건 AI를 너무 의인화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요. 언어학자 에밀리 벤더는 “LLM은 환각을 보는 게 아니라 확률적으로 단어를 이어붙일 뿐”이라며 ‘확률적 앵무새(stochastic parrot)’라는 표현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③ 컨텍스트 윈도우

한 채팅창에서 일주일, 한 달 계속 얘기하면 점점 멍청해져요. LLM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작업 메모리 크기가 정해져 있어서 그래요. 모델마다 다른데:

  • GPT-3.5: 약 4K 토큰
  • 클로드 Sonnet/Opus: 200K ~ 1M 토큰
  • 제미나이: 컨텍스트 윈도우가 큰 편이라 한 세션에서 오래 대화해도 덜 멍청해지는 경향.

요즘은 모델 자체가 똑똑해지는 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가 있어요. 인간이 가진 데이터를 거의 다 학습했거든요. 그래서 OpenAI, Anthropic, Google 같은 회사들이 컨텍스트 윈도우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근데 컨텍스트 윈도우만 크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닌 게, 어텐션 계산량이 늘어나서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이에요. 그래서 잘 쓰려면 한 주제는 한 채팅에서만 하고, 끝나면 새 채팅을 열어 다음 작업을 하는 게 더 좋은 답을 얻는 방법이에요.

그리고 ‘Lost in the Middle’ 현상이라고, 긴 문서에서 앞·끝은 잘 기억하는데 중간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수업 들을 때랑 똑같죠. 그래서 잘 쪼개서 일을 시키고, 정보가 너무 많으면 헷갈려한다는 걸 알아두면 좋아요.

신화화하지 말고, 과의존하지 말기

결국 제가 더 하고 싶은 얘기는 — “이렇게 하면 챗GPT를 잘 쓸 수 있어요”보다는, 우리가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니까 진짜 사람의 지능처럼 똑똑해진다고 의인화하는데, 얘는 엄청 복잡한 계산의 결과물이에요. 수학적 연산의 제약을 어떻게 우회할지에 대한 기술. 잘 쓰는 건 좋은데 신화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과의존하지 않기. 고민 상담을 AI랑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친구한테도 얘기하고 얘한테도 얘기하고 병행하세요. 친구한테 말하기 부끄럽거나 안 들어줄 것 같아서 AI한테만 얘기하는 경우 있잖아요. 저도 그럴 때가 있는데, 의도적으로 노력해요. AI한테 얘기했으면 공평하게 사람에게도 한 번 얘기하기. 그래야 AI가 한 얘기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최종 의사결정 주체는 꼭 사람이어야 해요. AI 쓰기 전에 본인 생각을 먼저 정리하고, 결과물은 본인이 검증하고, 의사결정은 본인이 내리는 거.

읽기·쓰기·듣기·말하기

“AI 시대에 뭘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요. 사람이 생각을 하는 두 기둥이 읽기와 쓰기예요. 근데 여러분 이제 읽기도 잘 안 하고, AI가 다 써주니까 쓰기는 더 안 해요. 그러니까 생각을 할 수가 없어진 거예요. 거기에 듣기·말하기. 지금 잘 듣고 있나요?

회사도 비슷해요. 예전엔 미팅하면 다 회의록을 직접 기록했어요. 근데 요즘은 거의 다 녹음하고 AI 돌려서 회의록을 써요. 편하긴 한데, 안 좋은 점은 남의 말을 안 듣는다는 거예요. 잘 듣지 않으면 회사에서도 상황을 이해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가 없어요.

AI를 도구로 쓰는 건 좋지만, 읽기·쓰기·듣기·말하기 네 가지는 내 힘으로 할 줄 알아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됩니다.

인류 역사로 본 ‘읽기·쓰기’

인류 역사로 본 읽기·쓰기 변천

  • 10만 년 전: 인류가 구술로 소통했다는 기록
  • 5천 년 전: 문자로 소통
  • 450년 전: 인쇄술 발달 (그전까지 유럽엔 ‘필경사’라는 직업이 따로 있었고, 인구의 1%만 읽고 쓸 줄 알았어요. 필경사를 고용한 영주조차 못 읽고 못 썼대요.)
  • 150년 전: 인쇄술 발전 후 200년쯤 지나서야 문해율이 70%까지 상승. 대중적으로 읽기·쓰기가 가능해짐.
  • 15년 전 (알고리즘 피드의 등장): 저는 사람이 멍청해지기 시작한 시점이 AI가 아니라 알고리즘 피드라고 생각해요. 구글, 유튜브, 인스타, 페이스북. 직접 검색해서 보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이 떠먹여주는 걸 그냥 앉아서 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읽기를 멈췄어요.
  • 3년 전 (생성형 AI): 알고리즘 때문에 안 그래도 읽기를 안 하던 시점에 LLM이 등장하면서 이제 쓰기도 안 해도 되는 시점이 됐어요.

저는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다들 생각을 할 수 없어진 세상은 어떻게 흘러갈까.

제 유튜브 앱 캡처

저는 유튜브를 구글 검색창처럼 써요. 보통 앱 열면 추천 영상 썸네일 뜨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싫어서 시청 기록 사용 중지를 다 걸어놨어요. 그래서 앱 열면 까만 화면이 나오고, 쇼츠 탭 눌러도 까매요. 대신 구독을 많이 해놔서 구독 탭에서 영상도 보고 쇼츠도 봐요.

핸드폰 알람도 거의 다 꺼놨어요. 회사 메신저 알람도 안 켜놓고 메일만 알람을 받아요. 제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가려놓는 편이에요.

이런 설정들이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공부·성적을 떠나서 스스로 결정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려면 알고리즘에서 의도적으로 빗겨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책 추천 —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제임스 윌리엄스)

원래 구글에서 10년 동안 일 잘하는 사람 상도 받고 다니던 분인데, 일하다가 “내가 만드는 이 기술이 사람들을 좋게 만드는 기술이 맞나” 회의감을 느끼고 회사를 그만뒀어요. 옥스퍼드로 가서 기술 윤리를 공부했고, 지금은 기술 윤리학자.

이 책에서 인스타·유튜브 같은 SNS를 ‘저주 인형’에 비유해요. 우리의 정보를 수집해서 그 안에 나를 닮은 저주 인형 같은 게 있는 거예요. “네가 좋아할 것 같아”, “관심 있는 친구 인스타 보여줘” 식으로 찔러보면서 계속 SNS를 쓰게 만든다는 거죠. 우리가 “내가 보고 싶어서 보는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 의지가 아닐 때가 많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비유는 테트리스예요. 테트리스 하다 게임 오버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딱 맞는 블록이 내려오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블록 내려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니까 컨트롤이 안 되는 거잖아요. 지금 세상이 그렇대요. 정보가 블록처럼 너무 많이, 너무 빨리 쏟아져 와서 내가 원하는 곳에 위치시킬 수가 없으면 그냥 게임에 지는 거다. 정보를 컨트롤할 수 없어지면, 이 많은 정보들이 결국 무슨 의미인가? 하는 거죠.

이 사람이 마지막에 뭐라고 하냐면, 인간이 돌도끼에 손잡이 다는 데만 140만 년이 걸렸대요. 웹이 만들어진 건 아직 만 일 정도밖에 안 됐으니 우리한테는 희망이 있다. 그런 얘기를 해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인류가 말을 하기 시작한 건 10만 년 전이고 컴퓨터는 아직 나온 지 100년도 안 되었으니까,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추천 책

  • 『먼저 온 미래』 — 알파고 대국 이후 바둑 업계가 AI로 어떻게 변했는가에 대한 이야기. 알파고 대국 날에 저는 처음 철학과 수업 들으러 간 컴공 학생이었는데, 쉬는 시간에 “이세돌이 졌습니다” 들었을 때 그 강의실 분위기가 참담했어요. 다 철학과 학생들이었거든요. 두려움이 있었죠. 바둑 업계는 그 이후로 정말 많이 바뀌어서, 사람한테 배우던 걸 AI한테 배우고, 중계를 봐도 AI 추천 수가 80~90%로 뜨니까 세계 1등 기사도 “AI 정답이 아닌 수를 두네” 보게 됐어요. 우리가 AI로 변화할 세상이 ‘먼저 온 미래’처럼 바둑계에 와 있다는 의미.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좀 급진적인데, AI 뒤에 숨어 있는 노동을 조명해요. 테슬라 자율주행이 잘 동작하려면 어떤 상황에서 사고가 나는지 학습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케냐·필리핀 같은 제3세계 회사에서 매일 자동차 사고 영상을 보며 라벨링하는 노동자들이 있어요. 데이터 라벨링. 그리고 데이터 센터가 물·전기를 엄청 먹는 이야기 같은 것도.

학생 질문 응답

“마지막에 자동차 사고 라벨링 얘기 — 결국 좀 잔인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우리 입장에선 AI가 매끈하게 술술 말하는 기계처럼 보이지만, 뒤에 그런 숨겨진 것들이 있어요. 근데 저는 그래서 AI를 쓰지 말자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 발전하고 있고, 밑바닥에 뭐가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거죠. 더 잘 쓰려면요. 어떤 사람들은 “저작권 무단 학습이라 쓰지 말자” 하기도 하는데, 저는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명확히 알아야 더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작권 얘기 좀 더 — 클로드 만든 Anthropic은 중고책 수백만 권을 사들여서 고압 절단기로 다 잘라 스캔, 데이터로 학습시켰어요. 그래서 클로드가 코딩도 잘하고 똑똑한 거예요. 챗GPT는 유튜브 영상 수백만 개를 스크립트로 변환해서 학습시켰어요. 크리에이터 동의 없이. 구글이 알고도 소송을 안 했어요. 자기들도 똑같이 하고 있었으니까 그랬겠죠.

“AI가 생산한 정보를 다른 AI가 참고해서 다시 생산하면 정보 하향 평준화 아닌가요?”

완전 맞는 말이에요. SF 작가 테드 창이 이걸 “점점 흐릿해지는 JPG 이미지”라고 표현한 적 있어요. 친구가 보내준 이미지를 캡처해서 또 보내고 캡처해서 또 보내면 점점 화질이 나빠지잖아요. 그거랑 똑같이 AI가 만든 정보를 또 학습해서 또 만들고 하니까 점점 흐리멍텅해지는 거죠. 그래서 제가 아까 처음에 “도서관 가냐”고 물어본 거예요. 흐릿해지지 않은 상태의 정보를 책에서 습득하고, 내 힘으로 말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정보 하향 평준화에 휘말리지 않아요.

“AI 사용은 도구 이용일까, 의존일까?”

둘 다일 수 있어요. 본인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다시 한 번 강조하면, 개인적 감정에 대한 상담은 꼭 사람에게도 같이 하세요. 그건 제가 진짜 꼭 얘기해 주고 싶은 부분이에요.

“프로그래머는 필요 없어졌나요?”

조금 필요 없어지긴 했어요. 옛날 같은 수요는 없을 수 있어요. 근데 AI로 프로그래밍을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프로그래머거든요. AI 기술을 잘 아는 프로그래머는 계속 수요가 있을 거고, 오히려 더 유망한 분야일 수 있어요. 근데 지금 개발자였던 사람들이 공부 안 하고 그대로 정체해 있으면 아마 잘릴 거예요. 저는 판교가 몇 년 안에 실업자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해요.

“컴퓨터공학에서 AI 활용 능력이 프로그래밍 능력보다 중요해질까요?”

‘AI 활용 능력’을 뭘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데, 단순히 로직 짜는 능력보다는 LLM 기술 기반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컴공이라는 기초 학문 — 자료구조·알고리즘·운영체제 같은 — 을 잘 아는 게 엔지니어로 갈 거라면 더 중요해질 거예요. 기초가 탄탄해야 응용도 가능하니까요.

기계 공학, 휴머노이드 로봇 관심 친구들에게도 —

LLM은 컴공 분야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분야로 연결될 거예요. 예전 딥러닝·머신러닝은 컴공의 한 분야였지만, 지금 LLM은 분야 경계를 넘고 있어요. 기계과를 가더라도 LLM의 특성을 잘 아는 게 연결지어 쓸 수 있는 게 많아질 거예요. 이제는 로보틱스·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갈 시기고, 소프트웨어를 옛날처럼 프로그래머가 만들기보다는 물리적인 피지컬 AI와 결합되는 게 많아질 것 같아요. 기계과 가면 옛날엔 공장 기계 만들었다면, 지금은 AI 기술과 결합된 물리적인 걸 만드는 일을 더 많이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반도체는?

반도체는 제가 잘 아는 분야는 아니지만, 그 산업 자체에 원래 사이클이 있어요. 지금은 굉장한 호황기 사이클에 있는 중이고요.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글로벌 8~9~10위인데 주식 시장은 글로벌 5%도 안 돼요. 올해 새 정부 들어오고 MSCI 지수 편입 등으로 주식 시장 부흥 시도 + 반도체 호황기가 겹쳐서 삼전·하이닉스 주가가 많이 올랐어요. 반도체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할지는 명확히 답하기 어렵고, 반도체 산업 특성상 분명히 떨어지는 사이클은 오긴 할 거예요.

게임 업계에서 AI는?

엄청 많이 쓰고 있어요. 슬프게도 국내 게임 업계는 — 저도 게임 업계 출신으로서 — 좀 답이 없죠. 근데 여러분 취업할 때쯤엔 회복할 수도 있고, 꼭 국내일 필요는 없잖아요. 해외로 갈 수도 있고 더 좋은 데 많아요. AI는 게임 공정 안에서 굉장히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마무리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궁금한 거 쉬는 시간에 물어보시면 되고, 오늘 얘기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