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봄과 인도의 여름, 비현실의 현실
2018년의 인도 라다크 여행이 어쩌면 마지막 진정한 '모험'이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 온전한 자유와 무계획의 여행은 못하지 않을까? 그땐 지켜야 할 것도 없었고, 얻고 싶은 것도 분명치 않았다. 지금은 지키고 싶은 것도 많고 나아가고 싶은 방향도 정해졌다. 그래서 그 꿈을 지켜야 해서, 내 미래가 소중해서, 위험에 온전히 내 몸을 내던지는 '진짜 여행'같은 건 앞으로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언제나처럼 내가 벌여놓은 많은 일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었고, 마음이 불안했다.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여행을 준비할 시간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날 용기도 없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웰리의 몽골 노마딕 트립 광고. 4박 5일 몽골 여행에 300만원이 저렴한 돈은 아니지만, 그냥 덜컥 송금했다. 어쩌면 내가 7년 전 인도 라다크에서 경험했던 그 '비현실의 현실‘의 시간을 다시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마음 한켠에 있었다.
3주 동안 인도 여행에 120만원을 썼던 대학생의 나와, 5일의 몽골 여행에 300만원을 쓰는 직장인의 나는 많이 달라졌을까? 아니, 똑같았다. 장거리를 달리는 차 안에서는 넬의 '섬'을 들으며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해~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 완벽해"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렸다. 밤에는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바라봤다. 초원을 거니는 소를 봤고, 얕은 산을 올라 마을을 내려다봤다. 아주 넓은 자연 속에서 우주 먼지만한 나를 다시금 바라보며 겸허해지기도 했다. 속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비교하는 마음이 자라나기도 했고, 인도에서처럼 자유롭게 요가를 했다. 요가를 하며 미움을 나에 대한 인정으로, 나에 대한 사랑으로, 그리고 그저 비워냄으로 마주했다. 무엇보다 행복했다. 평화와 사랑이 가득하다고 느꼈다. 이런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몽골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회사에서는 힘든 일이 있었다. 다 비워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평화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인도에서 돌아왔을 때도 그랬다. '이제 취업해야지' 생각했지만 당연히 취업은 마음 먹자마자 바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 뒤로 몇 개월이 더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인도에서 봤던 자연, 정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 맑고 파란 하늘, 그 위에 뜬 무지개... 그 모든 풍경과 시간이 나를 만들어줬다. 몽골에서의 5일도 아마 그렇겠지. 아직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잘 모르는 걸지도 모른다.
다음 주면 이사다. 이사를 가고, 나의 공간을 꾸리고, 회사 일을 하나씩 해내다 보면, 또 그 사이에 스쿼시를 하고, 요가를 하다 보면, 몽골에서 비웠던 나의 마음이 평상시의 내 마음이 되는 날이 오겠지.
| 몽골 여행의 사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