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화두를 던지겠어
정치는 무엇일까.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2년 여름과 가을에 나는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다짐하고, 정리하고, 확인받았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일은 ‘정치적’인 일이라 말하지 않았다. 친구들도, 부모님도, 담임 선생님도, 건국대학교 면접관도. 그래서 나는 그 꿈을 나의 소중한 보물처럼 안고 대학교에 왔다.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지겠어!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그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을 해보겠어! 아주 당차고 확신에 차 눈은 반짝였고 가슴은 두근거렸다. 언제 알았을까.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내 꿈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걸, 그래서 아주 작고 약한 너는 이루기 힘들다는 걸.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한지 햇수로 4년째가 된 지금, 세상에 화두를 던지겠다는 내 꿈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꿈이다.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일, 세상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문제 삼지 않았던 일을 생각해보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 그것은 정치였다. 나는 아직도 내가 순진한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비판도 많고 불만도 많고 질문도 많다. 그런데 이게 왜 나만 궁금하지? 다들 이게 궁금하지 않아? 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 이야기들은 모두 정치적인 것이 되고 만다.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의 변화가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거라는 나의 순수한 생각은, 이력서에 적어서는 안 될 ‘정치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남는다. 정치적인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정치가 무엇이기에 우리는 그 단어를 입에 담는데 이리도 발을 동동 구르고 손톱을 깨무는 것일까. 정치는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처럼,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라도 되는걸까? 왜 그리 정치적인 것을 두려워하는 걸까. 2년 전, 독서 토론 동아리에서 사람들한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왜 꺼리냐고. 그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대답했다. 정치의 문제는, 각자 의견이 너무나 다르므로 좁혀지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선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각자 의견이 달라 더 이상 대화와 토론을 나누지 않는 사회란 얼마나 끔찍한 사회일까.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그 끔찍한 사회다.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무서운데, 그에 참여하는 일은 얼마나 더 무섭고 두려운 일일까. 절망과 불안의 한국사회를 사는 젊은이임을 또 다시 깨달으며, 눈을 반짝였던 나의 스물에 애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