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네비게이션의 손님 매칭 알고리즘
택배 시스템을 굴리는 알고리즘 속에 먹고 자고 일하는 사람을 넣어 다시 짜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은 현재 가장 절박한 알고리즘 윤리 문제다. 추상적 윤리 논쟁이 아니라 정말 사람을 죽일수도 있는 시스템의 해악에 대한 문제다. 택배 기업의 임시 조치나 택배 주문자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시스템 자체를 새로 설계하는 일이다. 알고리즘을 다시 짜라는 것은 사회를 다시 짜라는 말과 같다. [로봇의 자리(전치형), 152쪽]
어제 강남에 외근이 있어서 판교에서 택시를 탔다. 우리의 이야기를 가만 듣던 기사님은 우리가 카카오와 관련한 일을 한다는 걸 알아차리셨는지, 내리기 직전 즈음에 카카오 블루 기사님들이 쓰고 있는 카카오 네비게이션 시스템의 문제를 쏟아내셨다. 절대 차선 변경이 불가능한 위치에서 좌회전을 해서 손님을 받으라고 안내한다고 했다. 사람 여러명을 죽게 하는 아주 위험한 안내라고 하셨다. 돕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던 길에, 정작 우리 서비스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으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근에서 랩장님들과 대화하는 것은 여전히 산뜻하고 즐거웠다. 집 가는 길에 카카오택시를 또 잡았는데, 10분이 걸린다고 떴다. 기사님이 유턴할 수 없는 구역으로 지나가는 시점에 매칭이 되었나보다 싶었다. 건물 안에서 밀린 업무를 보며 차분히 기다려야겠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갑자기 5분으로 줄어들더니 기사님이 금방 도착하셨다. 택시를 탔더니, 기사님이 “아 직진을 하고 있는데 손님이 잡혔어요. 빨리 오려고 버스 전용차로에서 불법 유턴해서 왔어요.” 라고 하셨다. 나는 “아유 천천히 오셔도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아까 만난 다른 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왜 이 기사님이 이렇게 운전해서 오셨는지 안다. 얼마나 많은 다른 손님들이 기사님에게 늦게 온다고 욕하거나, 별점 테러를 했을까.
그리고 시스템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기사님의 업무를 24시간동안,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중지시키곤 했겠지.
그러니 이것은 ‘추상적인 윤리 논쟁이 아니라 정말 사람을 죽일수도 있는 시스템의 해악’이 맞다. 손님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다시 짜고, 알고리즘을 다시 설계해야하는 게 맞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