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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세미나 기획안 <세월호, 그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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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4월이 다가오고 세월호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제 자신이 참 부끄럽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뉴스를 보기도 더 전에 이 땅에 감돌았던 음울한 기운을 느꼈고, 그 다음날은 배가 완전히 물속으로 침몰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았지만 그 때 제가 한 거라곤 ‘우리는 모두 세월호다’ 같은 내용의 기사를 몇 번 공유하고 리트윗하는 일 뿐었습니다. 그 후 5월, 6월... 그 해는 저에게 새로운 재미있는 것을 아주 많이 경험하게 해주었고, 그 속에 세월호에 관한 기억은 사실 없습니다. 또 그 다음해는 어땠나요. 성공회대에서 하는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에 갔고, 그곳에서 받은 세월호 팔찌를 하고 다녔고, 세월호 1주기 추모제에도 참석했습니다. 추모제에서 받은 충격으로, 세월호를 잊어선 안 되겠다며 박민규 작가의 <눈먼 자들의 국가>를 필사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다시 제 일상을 살아갔을 뿐입니다. 416연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러두긴 했지만 그 곳에 올라오는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내가 과연 세월호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생각하니 편두통은 더욱 심해집니다. 아마도 궈년수가 4월 세미나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저의 부끄러움은 그 이유도 모른 채 아주 오래도록, 끝없이 길어졌을 것입니다.

그저 사고라고 말합니다. 너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일이 아니냐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지금 느끼는 2014년 4월 이후로 문득 문득 느껴온 이 부끄러움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요. 왜 저는 2년이라는 시간동안 이 영문 모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요.

4월, 세월호 세미나는 이 ‘부끄러움’에서 시작합니다. 나의 부끄러움의 이유는 분명, 세월호에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 힘)을 함께 보려합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갖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읽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해, 부끄러움의 총대를 멘 제가 함께 볼 부분을 추려 준비해보려 합니다. 세미나의 진행은, 책의 목차를 따라 2014년 4월 16일 병풍도 해상의 세월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날 101분의 기록에서부터 출발해, 왜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왜 침몰한 것인지, 어떻게 세월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배”가 되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구할 수도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관해 함께 보려합니다.

4월 한 달 간,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사실의 기록으로, ‘세월호’를 바라봅시다. 어쩌면 그간 제가 느낀 부끄러움은 그저 길게 늘어진 연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부끄러움으로 사실을 바라보면 우리는 세월호의 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함께 모여 그 진실의 무게를 조금 나눠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year-2016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