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5
1. 내가 자고 있을 때도 들어오는 돈
며칠 전에 전직장에서 잠깐 함께 일한 페퍼를 만났다. 정말 아주 짧은 시간 같이 일했는데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건 큰 행운이지. 이런 저런 재밌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페퍼가 8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는 얘기가 재밌었다. 그러면서 "내가 자고 있을 때도 들어오는 돈"이 있어야 돼. 라는 말을 했는데, 퍼블리 기고로 돈 벌었던 것이 생각났다. 2021년 4월에 처음 기고를 하고, 2024년 6월 계약해지를 할 때까지, 약 3년 동안 5개의 글을 기고했고, 1300만원의 수익을 벌었다.
처음에는 기고료가 얼마나 될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수익이 나와서 놀랐다. 글 하나 하나를 쓰는데 시간이 꽤 들었지만, 한번 올리고 나면 계속해서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책 한 권에 18,000원이고 인세가 10%인 책을 출판했다면, 1,3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약 7,222권을 팔아야 했을 텐데. 요즘 책 시장에서 1,000부만 팔려도 파티를 한다고 하는데, 7,200권은 좀 무리였을지도.
퍼블리 계약 해지한 이후로 지금은 패시브 인컴이라고 불리는 게 없다. 다시 만들어야 할까? 사실 퍼블리 기고했던 글을 기반으로 해서 출판사와 계약해서 썼던 책이 있었는데 올해 1월에 일방적 통보로 계약이 해지됐다. 다른 출판사에 투고도 해보았지만 별다른 연락이 없더라. 사실 그 주제에 대해 그렇게 크게 다시 쓰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둘까 했는데 페퍼랑 이 얘기를 하고나니, 그 글이 아깝게 느껴져서 전자책이라도 만들어볼까 했다. sigil이라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받아봤고, 구글 독스로 epub 만드는 방법을 좀 찾아봤다. 하루만에 뚝딱하진 못하겠지만, 2분기에 목표로 잡아보고 천천히 해보려고. 그냥 패시브 인컴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뭐.
생각해보면 전자책은 나름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출판사의 허들 없이 직접 내 콘텐츠를 독자들과 만나게 할 수 있으니까. 요즘 전자책 자가출판 생태계가 꽤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블로그에 올려서 별도 결제만 붙여서 팔 수도 있고, 크몽같은 플랫폼에 올릴 수도 있겠지? 한 번 올려두면 거의 영구적으로 판매될 수 있으니, 페퍼가 말한 '자는 동안에도 들어오는 돈'의 개념에 정확히 맞는 것 같다.
Sigil로 전자책 만드는 게 처음이라 좀 헤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배워두면 나중에도 써먹을 수 있을 거고. 시간을 들여 품질 좋은 전자책을 만들면 생각보다 괜찮은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2분기까지 첫 전자책을 내는 걸 목표로 잡고, 차근차근 준비해봐야겠다. 퍼블리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니까 반응도 나쁘지 않을 거다.
사실 이렇게 내 콘텐츠로 패시브 인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다. 꼭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보다는,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면서 그에 맞는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 페퍼의 말처럼 자는 동안에도 들어오는 돈이 있다는 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내 시간의 자유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조금씩 시간을 내어서 완성해 봐야지!
2. 영어 공부
영어 공부 해야지라는 생각은 너무 오랫동안 해서 언제부터 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때까지는 원어민 영어 선생님이 있는 학원도 다녔고, 중학교 때는 외고 가겠다고 은행사거리에 있는 영어 학원도 다녔다. 전화 영어도 오래 했었고, 전에 영국으로 단기 출장 갔을 때도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 쓴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이젠 거의 못 한다고 봐야 한다.
요즘 STS 공부를 하면서 시중에 나와 있는 국내 텍스트를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데, 다 읽고 나면 원문 텍스트들을 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AI도 있고 번역 툴도 잘 되어 있지만, 내가 직접 듣고 익힐 수 있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서천집에 누워서 넷플릭스를 돌리다가 애니메이션 'Sing'이 오늘 마지막 날이라는 걸 보고 틀었다. 예전부터 크레즐의 'Faith' 때문에 궁금했던 차였고, 음악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었으며 너무 무거운 걸 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재미있었는데, 마지막 공연 시퀀스에서 'My Way'와 'Don't You Worry 'Bout a Thing'이 나올 때 살짝 충격받았다. 정말 많이 들어본 노래인데, 가사 자막과 함께 보니 느낌이 너무 달랐다. 내가 음악을 진짜 많이 들어도, 가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듣는 건 반쪽만 듣는 거구나. 영어를 진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넷플릭스 콘텐츠도 왠만하면 영어로만 틀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팟캐스트도 꽤 많이 듣는 편인데, 이것도 영어로 들으면 일석이조가 될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는 자막이라도 있지만, 팟캐스트는 순전히 귀로만 들어야 하니 더 도전적일 것 같다. 2018년 영국 갔을 때가 생각난다. 영국에 있는 사회적 기업에 인터뷰를 하러 갔는데, 현지에서 통역사를 구했는데도 인터뷰 주제에 대해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직접 이야기했고 생각보다 소통에 어려움이 없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매일 영어 콘텐츠를 들으면 그때의 감각이 다시 살아날지도.
스포티파이에 저장해 둔 음악들의 가사도 다 분석해보고 싶다. 멜로디와 리듬만으로도 좋아했던 노래들인데, 가사까지 제대로 이해하면 온전히 이 음악을 더 깊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My Way'는 그냥 아저씨들 술자리 애창곡인 줄 알았는데, 가사가 너무 좋아서 새롭게 감동 받기도 했으니까.
STS 원문을 읽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국내 단행본 텍스트를 거의 다 보고 나면 이제 원문을 볼 때가 됐다. 전문 용어가 많아 쉽지는 않겠지만, 인공지능과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가며 조금씩 도전해봐야겠다. 처음엔 한국어 번역본과 원문을 함께 비교해가며 읽다가, 점점 원문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노력해야지.
영어로 말하는 것도 중요하니 전화영어도 다시 시작해볼까 고민 중이다. 아니면 제대로 어학 연수를 한번 다녀올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당장 어학 연수는 어렵겠지만, 전화영어는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 했던 경험이 있으니 더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