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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ntional Living, 의도적인 삶

"Intentional living", 의도적인 삶이라고 직역할 수도 있지만, 이 단어에는 더 깊은 철학이 담겨져 있다. 이 표현은 무의식적으로 떠다니는 mindlessly drifting 삶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목표에 의식적으로 일치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네 가지 특성을 보인다.

첫째, 가치에 기반한 결정을 한다. value-based decisions 사회적 기대나 타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핵심 가치에 기반한 선택을 한다. 자의식이 낮은 편이고, 본인이 원하는 것 앞에서 다른 사람들의 선택이나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항상 원하는 것이 있고, 그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방향으로 삶을 꾸려나간다.

둘째, 일상에서의 마음챙김을 지속한다, Mindfulness in everydady life 자동 조종 모드가 아니라, 현재 순간과 선택에 온전히 존재하려고 한다.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비록 지금 존재하는 이 몸이 실재가 아니라도, 현재 이 삶을 살아가는 나 자신을 존중한다. 내 인생의 조타수가 나 인 사람. 다른 사람에게 조종을 맡기지 않는다.

셋째, 기본값이 아닌 설계대로 움직인다. Design over default 삶이 그냥 "일어나게" 두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험을 큐레이션하며 산다. 나의 가치에 맞는 것으로, 내 존재가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곳으로, 나의 위치값을 변경한다. 그 위치값은 물리적인 값인 경우도 있고, 심리적인 값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나를 기본값에 그대로 두지 않는 다는 데 있다.

넷째, 목적 중심으로 행동한다. Purpose-driven actions 각 활동이 더 큰 목적이나 비전과 연결되어 있다. 개별의 활동은 그 활동의 결과에서 머물지 않는다. 다른 활동들과 연계되어 더 큰 목적이나 비전을 바라본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것에는 내가 바라는 가치,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한 목적에 있다.

의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 억지로 노력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많은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의도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의도적인 삶을 살았다고 해서 항상 내가 원하는 목적과 가치를 이룰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어떤 경우에는, '기본값'으로만 버텨내는 게 안전할 때도 있다. 의도적인 삶을 산다고 해서 항상 기본값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고, 내 목적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략적으로, 의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 오직 내 설계대로 움직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본값으로 사는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그 시기를 지날 때에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사실 우리는 이미 '의도적인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루이스 캐럴의 하얀 여왕이 '글쎄, 가끔은 아침 식사 전에 여섯 가지나 되는 불가능한 일들을 믿기도 했어(Why, sometimes I've believed as many as six impossible things before breakfast.)'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는 무의식중에도 이미 가치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고, 일상에서 마음챙김을 실천하고, 기본값이 아닌 설계를 선택하며, 목적 중심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의도적인 삶'이라고 명명하지 않았을 뿐.

몰리에르의 인물이 '맙소사! 나는 40년 넘게 그것이 산문인 줄도 모르고 산문을 말해왔군요!(Par ma foi, il y a plus de quarante ans que je dis de la prose, sans que j'en susse rien!)'라고 깨달았듯이, 우리도 문득 깨닫게 된다. '아, 나는 이미 의도적인 삶을 살고 있었구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흐르고 있던 물줄기를 인식하는 것. 물줄기는 결국 흐르는 곳으로 흐르니까. 나의 삶에 이미 있던 물줄기를 인식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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