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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통해 쓰는 자기소개

2013년 9월, 저는 스무 살 대학생이었습니다. 그 무렵 우연한 기회로 동아리 친구들과 시사스터디 모임을 하게 되었고, 매주 토요일 함께 모여 국내 시사 사안을 가지고 토론 아닌 토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저는 사회에 대해서도, 정치에 대해서도, 경제에 대해서도 아는 것 하나 없는 공대생이었고 그저 친구들과 매주 모여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small deal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던 어느 모임부터 저는 그저 친구들과 떠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세상의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기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지는 일이 저의 꿈이라 말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어떤 사회를 원하고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부재한 꿈이었습니다. 그저 꿈이기 위한 꿈이었던 것입니다. small deal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 곧 지역으로부터 출발한 의식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얼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한 일인지 깨닫게 된 후 지역에서의 일들, 마을 공동체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니 제 앞에 놓인 기회들은 많았습니다. 동네 축제인 오패산 마을 축제, 건강의 집 프로젝트 활동, 프로보노 공정여행 등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 한 발걸음들은 대학교 안에만 갇혀있던 저의 생각을 트이게 했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갖게 했습니다. 2014년 9월, 저는 모든 힘이 다 빠진 한 청년 이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마음 뿐 아니라 몸까지 열병을 앓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청춘행성 209에서 진행하는 기타키친 이라는 소모임을 알게 되었고, 방 한구석에 있던 기타를 떠올렸습니다. 그러곤 제가 올해 들어 새로 들은 음악이 손에 꼽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관심, 그 물음이 사라지면서 제 자신에 대한 물음까지 함께 사라져버리고 말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물음을 다시 갖게 되면 자연히 나에 대한 물음을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타키친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청춘행성209에서 기타키친을 함께하던 3개월 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음악을 찾아듣기 시작했고,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책을 많이 읽고 더 단단해지게 되었고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만들어준 건, 단순히 기타와 키친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청춘행성 209에서 함께하던 사람들, 각자의 독립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던 사람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들로 인해 힘을 받고 새로움을 마주할 수 있게 된 저는, 이제 다른 이들에게도 그 힘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아직 저 하나, 이 세상에 홀로 서기 힘든 지금이지만. 다른 이와 손을 잡고 또 그 힘을 나누고 서로의 힘을 가지면 우리 지역의, 또 우리나라의 청년들이 조금은 덜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요. 2015년 2월, 스무 살 대학생은 힘 다 빠진 청년이 되었고, 그 청년은 어느새 다른 이에게 힘을 주고 싶다며 휴학생이 되었습니다. 휴학생이기에 갖는 장점과 보완해야 할 점들이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어떤 사회를 진정으로 바라는 것인지 명확한 언어로 말하기 힘이 듭니다. 마을로 청년활동가를 통해 저의 명확한 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갖고 싶습니다.   문화 예술 전반, 역사, 인문학 등에 많은 관심이 있고 그간 공부를 해온 이력이 존재합니다. 이런 것들을 함께 하고 싶은 청년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힘을 받을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청년이기에 낼 수 있는 목소리를 갖고 싶습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낼 수 없는 목소리를 함께 모으고 싶습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단단해 지고 싶습니다.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것을 외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씨앗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현실적인 것에 목말라있습니다. 현실적인 것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충분히 공상으로 빠질 수 있지만 그것이 되지 않도록 현실적인 것,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려 노력할 것이고 저의 바탕에 곧 그런 것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포영화를 매우 싫어합니다. 그런데 제가 속해있던 강연동아리에서 한 언니가 공포영화에 대한 강연을 하겠다는 공지를 했었습니다. 저는 그 강연을 두려워했지만 결국 그 강연을 통해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고 그 종류들을 알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대학교의 강연동아리에서 강연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얻고 다른 이를 이해했듯, 이제는 경험과 부딪힘을 통해 그들의 삶을 습득하고, 저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습니다. 마을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로부터 제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걸어오지 않은 길을 듣게 되고 경험하게 되겠지만 공포영화를 받아들였듯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정해진 길을 따라 걸어온 저의 길을 되돌아보고 그 길속에서 제가 놓친 것은 무엇이었는지, 혹은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나가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불안감 속에서 세상을 살아갑니다. 생의 끝이 정해져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안정적인 생활 속에서만이 자신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꾀할 수 있다고. 저는 이 말 때문에 오랜 시간 고민했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의 목표를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불안감 속에서 안정을 찾는 노력을 하겠다고. 안정한 생활 속에서 불안정한 무언가를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가 안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안정된 생활을 쟁취하기 위해 아픈 것이 아니라, 불안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아픈, 그런 청춘. 그런 청년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year-2015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