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자랑대회> - 생태의 고장 충청남도 서천군
뉴그라운드에서 열린 <내고장 자랑대회> 출전을 위해 준비한 '생태의 고장 충청남도 서천군' 발표를 준비하며 쓴 글
10여년 전 '어메니티 서천'이란 용어를 내세웠는데, 요즘엔 잘 안쓰더라구. 솔직히 '어메니티'라는 모호한 영어 단어보다는 '생태의 고장'이 서천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환경과 생태의 차이점을 찾아보니 구글에 이렇게 나와.
'환경'과 '생태'는 거의 비슷하게 쓰이고 있지만 누구를 중심으로 한 것이냐를 따져보면 커다란 차이가 있다. '환경'은 인간 주변의 환경을 뜻하므로 다분히 인간 중심의 낱말이며, '생태'는 자연 생태계를 뜻하므로 모든 생명체를 포괄하는 낱말이다. (출처 : 중대신문 '환경'과 '생태'의 차이)
서천이 어떤 자연환경으로 둘러싸여 있는지 보면, 인간만이 아닌 자연 생태계 전체를 의미하는 '생태'라는 단어가 서천을 얼마나 완벽하게 표현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서천은 원래부터 풍부한 자연 생태계를 품고 있었지만, 최근 국립생태원(에코리움)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시큐리움)이 들어서면서 그 의미가 더욱 깊어졌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저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박사가 국립생태원의 초대 원장을 지내기도 했지. 국립생태원은 30만평 부지에 다양한 동식물종이 서식하고 있어. 아직 한 번밖에 가보지 못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지만, 방문 후 회사 동료들에게 엄청나게 추천했던 정말 멋진 곳이야.
서천은 서해안에 위치해 있는데, 보통 서해하면 조석간만의 차가 큰 갯벌과 탁한 바다를 떠올리기 쉽지만 서천은 좀 달라. 곳곳에 백사장과 함께하는 맑은 바다가 있고, 백사장이 있는 바닷가에는 어김없이 해송(곰솔)이 심어져 있어. 장포리, 다사리, 장항 송림 산림욕장... 내가 모르는 서천 구석구석에도 해송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을 거야. 나에게 서천의 이미지는 바로 이 해송과 바다로 이루어진 풍경이야. 어릴 때 솔방울 모으기를 좋아해서 바다 앞 소나무숲에 가서 해송 솔방울을 주워오곤 했어. 늘 푸른 소나무와 늘 푸른 바다의 조화, 이것이 서천이 내게 주는 특별한 이미지야.
바다와 가깝기 때문에 일출과 일몰을 모두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장소가 많아. 작년 다사리에서 본 일출은 서천이 고향인 아빠도 처음 본다는 멋진 광경이었고, 가끔 갯벌 위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볼 땐 갯벌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어.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이 매일 새로워서 서천에서는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구름, 기온, 조석간만의 차, 바람 등 모든 자연요소가 어우러져 매 순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절대 질릴 틈이 없는 곳이지.
서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풍부한 먹거리 자원이야. 바다에서는 물고기와 갯벌 생명체들을 채집할 수 있고, 여기에 넓은 평야까지 있어. 서천 쌀은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서 그런지 특별히 맛있다고 해. 평야에서 쌀이 나온다면, 바다에서는 김이 나와. 최근에는 서천 김이 해외 수출도 많이 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어. 김이 제철인 겨울에는 동네에서 걸어갈 수 있는 김공장에 가서 직접 김을 사오는데, 갓 구운 김은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소해. 요리할 때 약간 지저분해지긴 하지만, 신선하고 맛있는 김을 먹기 위해서는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지!
서천 음식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박대 요리'와 '한산 소곡주', 그리고 '해물 칼국수'야. 박대는 조림으로도, 구이로도 정말 맛있어. 박대만의 독특한 고소함과 쫀득한 식감이 있어서 꼭 맛봐야 하는 요리야. 한산 소곡주도 서천의 자랑스러운 전통주로 정말 맛있어. 해물 칼국수는 바닷가 근처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데, 신선한 조개를 듬뿍 넣어 국물이 시원한 곳이 많아.
그리고 몇 년 전 서천에는 큰 재난이 있었어. 충청남도에서 가장 큰 수산물 시장이었던 서천특화시장에 큰 불이 나서 완전히 전소하는 슬픈 일이 발생했지. 눈이 많이 오던 날 화재 현장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그 이후 옆에 임시 시장을 세우고 재건축을 위한 기금도 마련하고 있어. 나도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를 통해 서천 특화시장 재건립에 작은 힘을 보탰어. 큰 재난이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서천이 주는 또 하나의 힘인 것 같아.
마지막으로 내가 서천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곳 중 하나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이야. 이곳에는 500년 이상 된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자리하고 있고,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되어 있어. 이곳의 동백꽃은 늦겨울에 꽃봉우리가 올라오기 시작해 이듬해 늦은 봄까지 붉고 화사하게 피어나. 동백꽃은 시들지 않고 통째로 떨어지는 특징이 있는데, 제주도나 남해의 동백보다 조금 늦게 피기 때문에 곳곳에 '조금 늦어도 괜찮아'와 같은 재미있는 문구도 볼 수 있어.
내가 이곳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동백나무 숲을 따라 언덕을 올랐을 때 펼쳐지는 바다 너머 풍경이야. 역시나 소나무와 어우러진 그 풍경은 직접 올라가서 느껴봐야만 그 진정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멋진 곳이지. 무엇보다 동백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푸르러서 사시사철 푸른 언덕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동백꽃이 피어있지 않은 계절에도 말이야.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데, 아빠가 어릴 적에는 동백나무 숲 근처에 넓은 백사장이 있었다고 해. 그런데 그곳에 서천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백사장이 사라졌고, 발전소는 33년간 가동되다가 2017년에 중단되었어. 그리고 인접한 곳에 신 화력발전소가 지어지기 시작해 최근 완공되었지. 이제는 가동이 중지된 구 화력발전소를 철거하고 백사장을 다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현재는 해체 방식을 두고 의견 대립이 있어 중단된 상태지만, 언젠가 백사장이 다시 복원된다면 이미 멋진 동백나무숲이 더욱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자리하게 될 거라고 확신해.
서천의 또 다른 자랑거리 중 하나는 서천 갯벌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야. 이것은 2007년 '어메니티 서천 2020 프로젝트'라는 중요한 전환점과 관련이 있어. 당시 환경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장항 갯벌을 매립하는 대신 240만평 규모의 생태환경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지. 18년 동안 '매립'과 '보존'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환경운동단체 간 갈등이 있었는데, 결국 환경 보존의 가치를 선택한 거야.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립생태원, 해양생태자원관 등을 조성하는 계획이 세워졌고, 이것이 지금의 서천을 '생태의 고장'으로 만드는 토대가 되었어. 처음에는 지자체에서 강하게 반대했지만, 환경단체들의 지지와 지속적인 노력 끝에 결국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했고, 그 결과 서천 갯벌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산이 된 거지.
이는 환경 보존과 지역 발전을 함께 이루는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해. 만약 2007년 당시에 갯벌을 매립하는 간척사업을 실시했다면 서천군은 과연 어떻게 변화했을까? 물론, 우리 아빠는 그 당시에 장항에 산업 공단을 만들지 않아 서천이 더 발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어.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해. 이 풍부한 자연 생태계를 품은 이곳을 공장이 가득한 도시로 만드는 게 정말 지역 발전을 위한 유일한 길일까?
40여년 전 15만이던 인구가 2025년 현재 5만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어쩌면 생태의 고장으로서는 인간의 수가 줄어든 게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몰라. 물론 이런 생각은 내가 이 지역에 상주하며 살고 있지 않아서 할 수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어.
이 외에도 장항산림욕장에 여름이면 피는 맥문동도 정말 아름답고, 서천군의 작은 영화관인 기벌포영화관도 특별한 매력이 있어. 나는 이곳에서 국립창극단의 영상화 작품인 창극 <나무 물고기 달>도 관람했었지. 금강하굿둑은 수많은 철새가 찾아오는 유명한 철새도래지야. 우리 집은 금강하굿둑에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지만, 겨울철이면 집에서도 철새 떼가 하늘을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아직 방문하진 못했지만 문헌서원도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 생긴 24시간 식자재 마트인 엔마트도 편리한 시설이야. 자연 속에 살면서도 접근성 좋은 마트가 있다는 것! 우리 집에서는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어.
이렇게 서천 자랑을 하고 나니 더 많은 사람들이 서천을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서천의 생활인구로서 더 자주 이곳과 연결되고 싶어.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통근, 통학, 관광, 업무, 쇼핑 등의 목적으로 일정 시간 동안 체류하면서 해당 지역의 경제와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의미해. 주민등록인구와 달리 지역의 실제 활력과 경제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해.
돌이켜보면 내가 서천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빠의 고향이고 할아버지댁이 있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 푸른 바다와 소나무,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평화, 그리고 긴 역사 속에서 환경을 지키며 발전해온 지역의 이야기가 나를 계속해서 이곳으로 이끄는 거야.
서천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거대한 자연 생태계와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야. 이런 서천의 매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생태의 고장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빛나길 바라. 그건 단순히 '관광'의 방식만은 아닐 거야. 생활 인구를 늘리는 것을 지원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서천의 이야기를 더 많이 퍼뜨리고, 우리나라에 자연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는 곳들과 연결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겠지.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나도 지금의 서천이 더 멋지게 보여지고 유지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무엇보다, 거대한 자연 생태계 안에 그저 놓여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이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