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하늘과 판교 노상
요즈음 정말 프로젝트를 잘 해보겠다는 일념하에 머리에 열이 모락모락 나도록 고민하고, 때론 의견 대립도 하고, 어떤 건 포기하기도 하면서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가를 나 스스로 결정하려는 노력보다는 일단 어떤 일을 오늘 해야하고, 지금 이 시점에 프로젝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1순위였다. 그런 일상에 점점 지쳐가고 있던 시점에 10년,20년의 회사생활을 먼저 해온 선배들과 이런 시간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나는 참 행운이구나 싶었다.
계속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결국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이 얼마나 뛰어나든 간에,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define하고 그에 맞춰 노력하지 않으면 그저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서울대 카이스트 나오고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만 가득한 주변 사람들을 보면 결국 그 사람이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같은 자리에 머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그저 처음엔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대신해줄 사람도, 떠넘길 사람도 없는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일년을 보냈다. 나의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열심히 배우고 일했다. 이제는 더이상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맨 땅이 아니다. 내가 뿌리고 주변에서 돌봐준 덕에 조금씩 신뢰도 자신감도 인정도 자라났다. 그러면서 편견도 같이 났다. 지금 프로덕트에서 고민하는 이 문제들이 다 이미 생각해본 문제라는 도돌이표에 부딪혔다. 그리고 또 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이거 다 고민해본 건데 어차피 해결 못한다는 포기의 감정이 동시에 들었고 이런 나의 상태가 싫기도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올 하반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좀 천천히 찾아가고 싶다. 조급증은 좀 내려놓고, 눈치도 그만 보고, 내 안의 두려움도 조금씩 벗어던지는 시간들을 보내고 싶다. 도전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보고, 남을 까내리는데에 시간을 쓰지 않고, 나 스스로에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고싶다. 그걸 하지 않으면 망해서가 아니라, 나는 하루 하루 일년 일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5년뒤, 10년뒤를 그려보며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끊임없이 기대해보고 생각해보고 그에 맞춰 노력해볼 수 있을거다. 불안함의 채찍으로 달리는 게 아니라, 내 발로 내가 결정한 방향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고 싶다. 그 길에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이미 많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사람들을 믿고 나를 믿으면 그 길이 어디로 나든 상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