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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돌아오는 성과 평가 시즌

성과 평가 시즌이다. 오늘은 본인 평가 초안을 한 2000자 정도 썼고, 실장님께 미팅 요청 메일을 보냈다.

​작년에는 4월부터 12월까지가 성과년도 기간이었고, 그 중 거의 절반인 6월부터 9월까지 자전거 사고와 발등 골절로 정상적인 상태였던 기간이 더 드물었으므로 이번 성과 평가는 시작 전부터 자신이 없었다. 절반 정도의 기간 동안 컨디션이 최악이었는데, 얼마나 성과가 있을까 싶었던 것. 아직 평가 등급도 안나왔고, 실장님과 평가 미팅도 안했지만 오늘 본인 평가를 쓰면서 느낀 점은, 대체 최고의 컨디션으로 일하면 얼마나 잘할셈이야? 라는 생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짧은 기간, 최악의 컨디션, 반복되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의 소용돌이, 그 와중에 회사 주가는 올랐다 내렸다하고, 사장님은 조직 쇄신 메일을 전사원한테 보내고, 커리어 고민까지 온갖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해야할 일은 했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기도 했다. 열심히 해온 게 티가 났다. 고생했다 진짜.

매년 성과 평가를 쓰고나서 평가 등급을 받을 때면 기다려지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상위자 평가 코멘트인데, 우리 실장님은 냉정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코멘트를 다정하고 섬세하게 써주시는 편이다. 막상 코멘트를 처음 받아보는 순간에는 매번 눈물이 나서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나의 고생과 힘듦을 간파해주시는 덕에 어쩐지 조금 부끄러워져서 다시 꺼내 읽지도 못하는데 오늘은 왠지 다시 꺼내서 읽고 싶어졌다. 코멘트를 다시 꺼내 읽다보니, 내가 이렇게 회사에서 말 많고 계속 도전하는 4년차 기획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이런 실장님이 계셨기 때문이구나 싶었다. 올해부터는 좀 더 자주 꺼내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의 코멘트와 함께 다시 보려고 한다.

2021년의 상위자 평가 & 2022년의 내가 남기는 코멘트

민석님은 입사후부터 지금까지 늘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요구되어지는 자리에 있었지만, 그걸 또 잘 해나가고 있는 놀라운 사람입니다.

언제나 스스로 새로운 것들을 공부하고 스쿼드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공유하며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인의 업무 범위를 협소화하지 않고 스쿼드/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언제나 선뜻나서 도움을 주는 모습은 너무나 소중한 공헌입니다.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장점을 갖고 있으므로 스스로 조급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힘들 수 있는 경험들이 스스로가 쌓는 하나하나의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민석님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아침에 우연히 보았던 전 리디북스 CTO 남현우님이 리디북스를 퇴사하며 남기셨다는 글이 다시 보고 싶어서 꺼내봤다.

출처 : https://namenu.github.io/last-msync.html

farewell @ m-sync 20200116 우리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본질을 추구하자고 외칩니다. 사실 본질을 추구하지 말자고 하는 회사는 없죠. 그런데 이게 잘 안돼요.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일을 직접 시작하고 어느정도 손을 더럽혀보기 전까지는 그 일이 얼마나 본질에 가까운지 잘 모르거든요. 어떤 일이 본질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깨닫기까지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5년까지 걸렸습니다. 아마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열심히하고 있는 많은 일들 중에서도 훗날 돌이켜보면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었다, 라고 회상할 것들이 분명 있을겁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이렇게라도 일을 계속 해야 하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본질적이냐가 밝혀지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일반적인 IT 기업 종사자의 평균 재직 기간이 더 짧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현상이 생기냐면, 일이 시작되고, 일이 커지고, 일을 수습하는 것 전부를 경험하는 사람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누구는 회사를 옮겨다니면서 새로운 일을 벌리기만 하고, 누구는 벌어진 일을 수습하려는 회사에 급하게 채용되어 시키는 일만 하다가 지쳐서 나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한마디로 똥을 싸는 사람과 똥을 치우는 사람이 다릅니다. 물론 각각의 경험을 심도있게 해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을 연결해서 회고해보는 기회를 갖는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내기만 하거나 풀기만 할 것이 아니라 둘 다 해보고 채점까지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어요. 만약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경험을 통해 틀리지 않는 법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요?

​실장님이 나에게 남겨주신 코멘트와 왠지 비슷한 맥락에 있으면서도, 한 편에서는 나에게 또 다른 실마리가 되어주기도 했던 글이었다. 문제를 내기만 하거나, 풀기만 할 것이 아니라 둘 다 해보고 채점까지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 나는 지금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는 과정에 있는데, 언젠가는 문제를 내보기도 할 것이고, 다시 그 문제를 스스로 풀기도 할 것이고, 빨간 펜을 들고 동그라미나 사선을 긋기도 하고, 틀린 문제에 그었던 사선의 답을 언젠가는 알게 되어 별표로 바꾸는 날도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시험지를 곱게 접어 가방 속에 넣고 다른 길을 떠나는 날도 오겠지. 그 날이 오면 오늘 이 글이 꼭 생각날 것 같다.

#year-2022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