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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주하와 여름날 대화

생각했으면 해야지!

🐰 : 아니 근데 내가 그때 너랑 대화하면서 깨달은 게 되게 그런 얘기하잖아 생각했으면 해야 돼.라고 생각하잖아.

🍎 : 맞아.

🐰 : 그게 나 너무 놀라운 거야. 사람이 어떤 사람은 생각한 것까지가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 : 정말?

🐰 : 아.. 그러니까 ‘생각을 했다.’지. 생각을 했고 그거는 뭐 언젠가 할 거다. 이런 식으로 무한정 미루거나 아니면 무한정으로 일단 던져두거나 이런 사람도 되게 많은 것 같고, 나도 그렇고.. 근데 뭔가 생각을 했으니까 바로 해야 한다. 이게 약간 한 사이클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래서 안 하면.. 안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 : 안한 거지.

🐰 : 뭐 팩트는 그런데.. 네가 말한 것처럼 어떤 적절한 시기가 있어야 해서 지금은 그걸 준비한 단계일 수 있는 거잖아.

🍎: 맞아 그거 좀 있어. 생각하면 해야 돼. 나는 생각한 건 다 했어. 그러니까 잘 되든 못 되든 하긴 다 했어.

원래 하고 싶었던 건 뭐였어?

🐰 : 그럼 원래 이런 걸 하고 싶었어?

🍎 : 원래. 원래라고 하면 입사하기 전에?

🐰 : 응 이게 첫 회사잖아.

🍎 : 원래라고 하면.. 원래 뭘 하고 싶었냐 하면.. 사실 내가 진짜 진짜 진짜 원래 하고 싶었던 거는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 원래 제일 하고 싶었던 게 옛날에는 그랬었어.

🐰 : 옛날이 언제야?

🍎 : 고등학생 때. 그래서 대학교를 컴퓨터 공학과를 갔었던 거고. 그래서 뭔가 기술을 배우면 뭔가.. 그때 생각했던 게 아무리 말을 많이 하고 뭘 많이 봐도 사람이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단 말이야.

근데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그때는 이제 점점 it 뭐 이런 게 많아질 때였으니까 그런 뭔가 컴퓨터로 만들어진 제품이든 뭐 앱이든 이런 것들로 뭔가 사람들 생각을 바꿀 수 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컴퓨터 공학과를 갔는데 가서 막상 학교 공부를 해보니까 그런건 안알려주고,세상을 바꾸는것 같은것도 가르쳐주지않는거야 컴공에서는. 그냥 맨날 재미없고 그때 좀 그랬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때는 약간 내 스스로의 약간 환경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좀 자격지심 같은 것도 있었던 게 되게 남초 과였는데 공대였으니까. 그때 선배들이 여자 애들은 남자 친구나 남자 동기나 아니면 남자 선배랑 연애를 해서 과제를 도움받지 않으면 과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 : 그런 빻은 말을 했나요?

🍎 : 그런 말을 들었고. 그러면서 그래서 뭐 그런 못 살아남은 애들이 전과를 하거나 아니면 막 잠적해서 없어진다. 이런 말을 되게 많이 들었어. 그래서 근데 근데 사실 그거랑 상관없이 우리 과 탑은 여자 나랑 제일 친한 친구 여자였단 말이야. 걔가 1등이었는데.. 그러니까 사실 말도 안 되는 진짜 빻은 말인데.. 그때 내가 컴퓨터 공부도 하기 싫고 그러니까. 저런 얘기도 막 들으니까 내가 여자라서 컴퓨터를 아무래도 못 하는 것 같다. 막 이런 생각을 그때 좀 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좀 그걸 핑계로 좀 다른 내가 하고 싶었던 거는 그거 말고 공부하고, 철학 공부하고 이런 게 더 재밌었으니까. 그런 거를 많이 하고 다녔었죠. 그래서 철학 스터디도 하고 철학과 복수 전공도 하고. 그러다가 마을 공동체에서 활동가로도 일하고 사회적 기업에서 인턴도 하고. 진짜 원래 하고 싶었던 거는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 원래 제일 하고 싶었던 게 옛날에는 그랬었어.

성장 뭘까?

🐰 : 그러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

🍎 : 그게 별로 안 든다는 것이.. 그게 별로 안 된다는 것이.. 조금 조금은 있겠지만, 이제는 성장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성장해서 돼야 되는 게 뭐 팀장인가? 별로 안 되고 싶은데. 약간 진짜 성장하는 거에 대해서 아예 생각을 잘 안 해. 인간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그냥 성장에 대한 생각 자체를 별로 안 하고.. 그런 것 같아. 그냥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만 계속 생각하는 것 같고, 그게 회사에서도 이렇게 하면 커리어적으로 더 발전하겠지, 이런 것보다도 그냥 지금 내가 이거 해야 되니까. 이 프로젝트 내가 담당자니까. 내가 내일까지 이거 기획서 만들어서 보내야 되니까. 하고 뭐 그러는 거지 뭐 장기적으로 성장을 하고 뭐 이런 거는 글쎄..

🍎 : 성장 뭘까?

🐰 : 아니 꼭 이걸 해야 된다는 생각은 아니고, 그냥 궁금했어.

🍎 : 별로 없는 것 같아.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없는 것 같아.

🍑 : 그런 건 어때요. 최연소 이사. 비즈니스 정장 딱 입고 프로필을 딱 찍고 신문에 막 나.

🍎 : 1도 관심 없어.

🍑 : 그럼 회사 빨리 그만둬야지. 옛날 회사원들은 그런 게 관심 있어서 진짜 열심히 다니고 계속 회사를 다닌 건데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 거면..

똑같은 몬스터를 영원히 잡을 수 있을까?...

🍑 : 그러니까 대학이 아니더라도 어떤 학문을 배운다는 거는 단계가 있잖아. 스테이지가 계속 있잖아. 배우면 배울수록 계속 성장할 수 있어. 무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근데 이제 회사는 무한 성장 가능성이 없어. 그 부분에서도 1년 차 2년차 3년 차가 의미 없어졌다고.. 이 말을 들으면서 그냥 생각이 드는 것 같아. 나 2년 차 때랑 나 지금 5년 차인데 똑같아. 3년 차 때 했던 일 4년 차 때 했더니 5년 차 때 했던 일.

🍎 : 그게 똑같다고 느낄 때 진짜 그만두고 싶지 않아? 나 어제 그랬어. 어제 새 프로젝트 또 뭐 새로 하자고 해서 막 리서치하고 이랬는데.. 이거 내가 입사한 지 이 똑같은 시간에 3년 전에 한거랑,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하던 거랑 뭐가 달라? 똑같잖아. 이 생각이 갑자기 딱 드는 거야. 그래서 더 오래 있을 수 있을까? 약간 그 생각이 들었어. 내년에도 내가 이렇게 똑같이 리서치하고, 똑같이 만들고 이러고 있다고 하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 : 되게 조금 조금씩 어떤 성장했다는 느낌 포인트 약간 성취감을 찾았을 때. 뭐랄까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은데, 그래서 회사에 조금 더 붙어 있게 됐는데

🍎 : 생명연장 하는 느낌

🐰 : 맞아 근데 그래서 요즘 어떤 hr 트렌드? 트렌드도 아니야 hr의 하우투 중에서 이 친구에게 계속 조금씩 더 챌린지가 될 법한 어떤 일을 분배해주고, 이 친구가 잘하는 거에 맞는 롤을 주고 이런 게 이제 관리자에서 계속 해야 되는 일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이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팀도 조금씩 있는 거지.

🍎 : 근데 그게 아는데 현실적으로 그것까지 챙겨주기 힘든 것 같긴 해. 나한테 실장님도 그런 말 했거든 요즘 좀 네가 나한테 그런 걸 물어봐 동기 부여가 안 되는 것 같은 거는 문제인데, 왜 그렇지? 이러면서 내가 동기부여가 더 돼야 될 텐데 그게 왜 안 되지? 이런 걸 자기도 고민해 봐야겠다. 말은 하는데 그분이 나만 신경 쓰는 게 아니잖아. 챙겨야 될 게 너무 많잖아. 그러니까 뭐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뭐 이렇게 챙겨주거나 그런 건 아닌 거 같아. 내 스스로 그냥 해야 되는 거지. 굳이 내가 여기서 ?

🐰 : 맞아 그것도 있어. 굳이 여기서? 왜냐하면 그거 에너지 들이는 일인데. 굳이 여기서?

🍑 : 뭔가 메이플 스토리에서도 몬스터 계속 똑같은 거 잡으면 재미없잖아요. 레벨에 따라서 더 센 몬스터 잡고 퀘스트도 더 재밌는 거 하고 어려운 거 하고 그래야지 이제 이 게임을 계속 지속할 수 있는데

🍎 : 맞아.

🍑 : 물론 삶이 게임은 아니지만. 근데 그런 게 아예 없이 똑같은 몬스터를 영원히 잡아야 한다고 하면..

🍎 : 콘텐츠 업데이트가 없으면 게임을 그만두지.

🐰 : 맞아 이제 이탈한다. 다음 스테이지로 갑시다.

#year-2022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