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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인적인 메모 조각 모음

2026년 3월 3일 @무신사 개러지에서 밴

밴드 까치산의 단독 공연에 왔다. 작년 부산락페스티벌에서 본 뒤로 단독 공연을 꼭 보고 싶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계속 예매에 실패하다가 솜솜님 용병 찬스로 겨우 겨우 공연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공연장은 합정에 있는 무신사 개러지. 작은 스탠딩 클럽 공연장이었다. 작은 공연장이고 대부분 여성 관객이 많아서 뒤에서 봐도 잘 보였다.

공연을 재밌게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밴드를 가장 열심히 좋아했던 건 중학생때와 고등학생 때인데, 그 때 좋아하던 밴드들(넬,메이트)의 음악과 까치산의 음악은 얼마나 다른가! 싶었던 것. 그리고 그것은 나의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온통 내 인생이 모호하고 슬펐던 청소년 시절을 지나, 삼십대를 통과해나가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사랑’을 얘기하는 밴드라니. 정말 행복한 일이잖아? 나 좀 잘살았잖아? 그리고 참 행운이잖아?

사실 몇 년 전에는 넬의 김종완이 걱정될 때가 많았다. 그는 공연을 할 때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초연하게 얘기했고, 그것은 넬의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51분 뒤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썼다는 ‘51분전’이나, 제목만으로 의미심장한 ‘안녕히계세요’ 같은 곡들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곡들에 죽음에 대한 뉘앙스가 짙게 서려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의 슬프고 모호했던 청소년 시절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게 넬의 음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때 내가 까치산 음악을 좋아할 수 있었을까? 없었을 것 같다. 나만 온통 괴롭고, 나에게만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던 청소년 시절 나에게 넬의 음악은 너만 그런게 아니라고 나도 죽기보다 삶이 싫다고 함께 곁에 있어주는 곡이었다. 그러니까, 힘든 시기를 지날 때 더 필요한 건 ‘잘 살고 있는 누군가’를 보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절벽에 서서 불안을 함께해주는 누군가일 수 있는 거니까.

2026년 2월 27일 @집에 가는 택시에서

오늘은 좀 이상한 날이었다. 어제 소주 한 병을 털어넣고, 집에 와서 잤다. 시원한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은 시원해지지 않았다. 종일 기분이 안좋았다. 내가 한 말에 대한 지적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서 기분이 종일 좋지 않았다. 요리를 해먹을 힘도 없었다. 집은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돈되어 있었는데도.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기분이 안좋았다. 수노로 노래를 만들고 동료들에게 털어놓아도 해결되지 않으면, 이렇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해결되지 않으면 도대체 언제 해결되는거지? 도대체 언제 나아지는거지? 도대체 언제 괜찮아지는거지? 짜증이 났다. 너무 괴로웠다. 에너지가 나지 않으니 밍기적 거릴 수 밖에 없었다. 괴로웠다. 나는 이대로 나아질 수 없는 것인가 생각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알았다. 아. 트라우마 버튼 눌린거구나. 근데 이 트라우마 버튼에 나는 이제 무너질 단계가 아니구나. 트라우마 버튼 눌린건 내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나는 이대로 무너질 사람이 아니구나. 아. 그리고 사실 나를 괴롭히는 건 나구나. 내가 괴로운 이유는 그런 말을 들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말 ‘따위’에 흔들리는 나의 존재가 더 괴로웠던 것인데. 아. 그렇구나. 나는 나의 이상성이 정말 높구나. 그렇기 때문에 내가 괴로운 거구나.

깨닫고 나니 마음이 조금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다. 내가 더 나아져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쓰고 있는 글이다. 그래서 넷플연가 모임에 지각할 뻔 했다. 판교로 가는 택시를 탔다가 내렸다가 논현역에서 지구 바이크를 탔다. 겨우 탔다. 모임 준비를 너무 못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니였다. 해주님이 있어서 다행이었고, 언니가 협찬해준 산스 대체커피가 있어서 좋았다. 운아님이 오늘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놀러오기로 오신 두 분의 이야기도 좋았다, 즐거워라. 재밌어라. 이 이야기를 하며 넘실대는 중에도, 많은 생각을 했지만,

내가 벌려놓은 일들이 나를 살려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상담, 넷플연가 모임, 내일은 까치산 공연, 일요일은 건희님이 놀러올거고, 월요일에는 피아노 레슨하고, 상헌님 바이브코딩 가르쳐줄거니까.

예전에는 이렇게 했을 것을 원래는 클로드랑 아마도 얘기했을텐데, 지금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고, 그리고 어쩌면 내가 답답한 이유가, 너무 고지능의 또 다른 나와 계속 대화하면서 내가 대화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답답한 누군가와 더이상 대화하지 않으려하는 것.

나와 동질적인 집단으로 만드는 이유가 내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라면 반대로 내가 학습 시키면 그 방향대로도 갈 수 있다는 거잖아. 충분히 해낼 수 있지. 나라면.

알반클 재밌고. 너무 재밌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어도, 내가 다그치는 ai 얘기도 마음껏 들어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너무 좋다. 행복하다. 모임을 열길 잘했다.

내가 나를 살린다. 나의 이상성을 잘 다루자. 그리고 나아지고 좋아지자.

2026년 2월 21일 @돌돌콩 유튜브에서 ⟨lean learning⟩ 저자의 말

100%를 항상 올인할 필요는 없죠 80%는 이미 yes를 한 것에 쓰고 20%는 재미 호기심 놀이 실험에 써보는거에요!

Lean learning Find the fun!

Fun and happy and peace

2026년 1월 25일 @시라트보고 집가는 버스에서

왠지 혼자 보기엔 무서워서(?) 같이 볼 사람들을 모아 넷이서 봤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어쩐지 온 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피곤하더라고요. 계속해서 때리는 사운드 때문일까요? ‘시라트’ 장면이 주는 긴장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수 아트나인에서 봤는데도 이런데, 돌비관에서 보신 분들은 근육통 안 생기셨나 모르겠어요. 영화는 재밌었고 걱정했던 것보다 기괴하거나 무섭지는 않았어요. 저는 레이브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부터 곳곳의 면면을 길게 보여주고 30분이 지나서야 영화 타이틀이 떠올랐을 때 여기 있는 사람들이 겉보기엔 불량해보이지만 사실 악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다. 라는 걸 보여주는 건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죽음이라는 것, 천국과 지옥이라는 것은 하늘과 신이 심판하는 거라는 종교적 믿음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조금 깨부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드넓은 사막에서 한 순간에 재가 될 수도 있는 힘없고 나약한 인간이지만, 눈을 감고 나를 믿고 걸으면 그 천국과 지옥이라는 구분선 따위 다 아무것도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영화의 분위기는 디스토피아적이었지만, 저는 나름 희망을 담은 영화로 본 것 같아요.

2025년 10월 31일 @발리 가는 비행기에서

크레센도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을 보여주는 다큐 윤찬림,,,최고세요.

해피엔드 아니 그니까 코우야 유타야..너희가 그냥 사랑하면 되는거였다 파수꾼도 생각나고. 희한하게 근미래와 80년대 군부독재가 연결되어 보인달까? 지진날 때 음악 멈추는 거랑, 마지막 육교에서 멈추고 음악트는거 아니 이게 뭐에요 연출 진짜 특이하네. 색감도 특이하고. 그리고 재일한국인…이라는 것도. 참.. 이방인인게 쉽지 않다.

플로우 아니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재밌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니. 심해어의 죽음. 판이동. 새의 승천. 그리고 영원히 고양이가 귀엽다. 강아지도 너무 귀엽긴한데, 고양이가 진짜 귀엽네. 고양이..랑 살고싶다.

일단 세 편 다 영화관에서 큰스크린으로 한번 더 보고싶다… 아 영화관 만들고싶어

2025년 10월 13일 @강화도에서

종이에 글을 쓰려고 하면 술술 잘 써지는데도, 아이폰 메모장에 쓰려면 그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 질문이 있는 글과 질문 없이 이어지는 글에 대한 생각도 여전히 남아있다. 쿠세가 묻어있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도. 그냥 그런 거 다 떼어 놓고, 어제와 오늘 강화에서 보낸 시간만 생각해보자.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마음을 느꼈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전등사에서 나에게 부처님에게 관세음보살님에게 공을 들이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공회 성당에서는 그저 앉아서 들어와도 된다고 했다. 천주교 성당에서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았다. 나는 종교를 갖고 싶은가? 아니 나는 종교가 원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종교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들이다. 그리고 신을 믿으면, 그리고 내가 오늘 워크샵에서 품었던 질문. “진심으로 신에게 감사하면, 신에게 기댈 수 있을까?” ‘신’이라는 존재를 빼놓고 질문을 던지니 사람들은 모두 ‘사람’에게 기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신에 기댈 수 있을지 물은 것이었는데, 신에 기대는 것을 느끼지 못해서일까. 20대와 30대. 잠시섬에서 이야기하는 것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 내가 갖고 싶은 것에 대해서. 그 이후의 말들에 대해서. 오직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시 분당으로 돌아가면, 나는 의미없이 트위터를 내리고 인스타를 탐험하는 시간을 없앨 수 있을까?

나의 몇 년 전을 보는 듯한 윤희님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얼굴도 나랑 닮았어. 저렇게 고민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관심있는 것이 많은 사람이 공무원을 어떻게 하나. 할 수도 있겠지. 그치만 해놓고 자꾸만 다른 세계를 탐색하러 돌아다니겠지.

돌아가면 어떻게 살고 싶나? 이 곳에서 느낀 절대자의 존재에 대해. 이 곳에 터잡은 단군 할아버지의 기운에 대해, 1900년에 생긴 성공회 성당의 기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전등사의 관세음보살님의 기운에 대해. 그 모든 것을 지나서, 내가 분당으로 돌아갔을 때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아니 얻지 않아도 된다.

오늘 워크샵에서 섬섬이 했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본다. 연극을 만드는 것이 좋아서 연극을 하기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 연극도 관객도 중요하지 않고 그저 상을 타는 게 중요해졌다는 말. 상을 타는 것만 중요해진 내 자신을 보며, 어 이건 아닌데 생각했다는 말. 그러고 나서야 내가 번아웃이구나 깨달았다는 말. 인생에 있어 등장과 퇴장, 출근과 퇴근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는 말. 그 모든 말들이 좋았다. 대교를 건너서 강화로 돌아오면 퇴장, 대교를 건너 다시 도시로 돌아가면 등장. 그 루틴이 섬섬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을지. 그 마음이 느껴져서 더 좋았다.

강화에서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는 유명상 펠로우, 유마담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테크포임팩트 랩에서 만드는 결과물로 유마담은 이제 강화유니버스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넓어진 잠시섬을 더 하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짜로 이 관계인구들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면 그것을 제안해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지역의 모델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기대가 되었다. 외주 주는 것과 정말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느끼고 있다고 했다. 3월에 같이 세미나를 열어보면 어떻겠냐고. 이미 로컬 포럼 쪽에서 강의 제안도 왔었다고 했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되다니. 테크포임팩트 면접을 볼 때 말했던 게 있었다. 진짜 내가 풀고 싶은 문제는 지역 소멸이라고. 근데 그걸 할 수 있게 되다니. 그것도 내가 하지 않아도. 내가 만든 시스템 위에서 돌 수 있게 되다니. 그것이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다. “제가 한 건 없지만”이라는 말에 유마담은 “에이! 테일러가 다 한거죠! 테일러가 이 시스템을 다 만들었잖아요!”라고 하셨다. 랩장님도 너무 좋으시다고 했다. 랩장님을 뽑은 것도, 랩장님이 들어올 수 있게 공고를 쓴것도 다 나였네. 그러면 진짜 내가 한게 맞잖아?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윤희님과 그런 말을 했다. “아 내일 월요병은 없겠어요. 일요일부터 일해서 ㅎㅎ”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지만 진짜였다. 길었던 10일의 연휴의 마지막에 유마담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글쓰기 모임 진짜 하고 싶어졌다. 기술철학에 대해, 기술이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짜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