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반항클럽 #1 기술에 뺏긴 나의 진짜 경험을 찾아서
1. 모임장 소개 및 자기소개
모임장 자기소개
- 컴퓨터공학 + 철학 복수전공
- NC소프트에서 6년간 개발자용 서비스 기획 → 현재 카카오임팩트에서 기술 기획
- 2022년부터 알고리즘 반항 생활 실천 중
개인적 실천들
- 유튜브 시청 기록 중지 → 알고리즘 추천 끄기
- SNS를 모바일에서 삭제, PC로만 접속
- 개인 블로그 byminseok.com 운영
- Claude에 “건강한 사고 독립성 지원”, “소크라테스식 질문법” 지침 설정
직업적 전환
- 게임 회사의 최신 기술 → 비영리/사회적 기업을 돕는 기술
- 예: 마을 약사의 복약 상담 AI 서비스로 상담 건수 6배 증가
멤버 자기소개
- 태윤: “건축 설계 일을 합니다. AI가 주는 편리함도 있지만 사람이 생각을 해야 경험을 해야 얻는 것들도 많더라고요. 근데 그걸 제외하고 AI 힘만 얻어서 한다면 그거는 오로지 나한테 경험이 온다고 생각이 안 들어서 여기 왔어요.”
- 태훈: “의류 회사 IT팀에서 일합니다. 최근에 생각 안 하고 그냥 GPT나 제미나이만 쓰고 있는 제 모습이… 스스로 생각을 좀 더 하고 사고 확장도 하고 싶어서요.”
- 해주: “민석님과 같은 카카오임팩트에서 일해요. 원래 사회문제나 복지 분야에서 일하다가 기술이 붙은 재단으로 오게 됐어요. 저는 사실 전공 자체도 완전 문과여서 기술을 만났을 때 당황 같은 것들이 계속 좀 있고… 4회차 하는 동안 조금 더 기술하고 친해지면 좋겠어요.”
- 태홍: “개발자입니다. AI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사용하지 않을 때 사용할 때의 그 필요성을 내가 알고 싶어서 왔어요.”
- 미정: “에듀테크 회사에서 사업 기획으로 일해요. 요즘 AI 교육이 굉장히 핫해가지고 무지성으로 되게 많이 뿌리고 있는데 과연 이게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유튜브 뮤직이 제 취향을 너무 못 찾아주는 거예요. 알고리즘이 왜 이럴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혜승: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 저는 이 현업에 있으면서도 그런 것들에 너무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걸 느꼈고… 되게 실체가 없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물리적으로 뭔가 느껴지는 경험들에 조금 더 관심이 많아졌어요.”
- 도희: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이전에는 되게 기술적으로 작업을 하다가 최근에는 기술을 많이 안 쓰고 조금 더 서사나 이야기에 포커스를 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 명인: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회사를 다니다 다시 대학교로 돌아갔어요. 학교에서 AI를 많이 사용하라고 하는데… 단순히 이걸 기술로 접근하기에는 예전에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포토샵 일러스트를 배우는 맥락과는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2. 기술철학이란 무엇인가
발제
- 철학의 주요 분야: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논리학
- 철학의 주제별 분류: 예술철학, 정치철학, 미학, 기술철학, 종교철학 등
“기술철학이란 기술이 당연해진 세상에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낯설게 보는 일” (손화철, ⟨미래와 만날 준비⟩)
신화 → 철학 → 다시 신화?
- 신화의 시대: 제우스, 포세이돈 등 신에게 답을 구함
- 철학의 시대: 탈레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
- 21세기 신화: 알고리즘, AI가 새로운 신
- “AI가 점지해주는 유튜브 영상”
- “포세이돈처럼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기술”
왜 기술철학이 필요한가
- 기술은 신이 아니라 인간(개발자, 디자이너)이 만드는 것
- 기술을 낯설게 바라보고 질문을 던져야 함
모임 구성
- 4회차로 구성, ‘경험’, ‘주체성’, ‘관계’, ‘사회’를 주제로 4번의 이야기
- 오늘은 첫 시작: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 중심 대화

3. 첫 번째 주제: 기다림과 지루함 (4장)
발제 우리는 몇 초를 기다릴 수 있는가?
- 3년 전: 4초
- 현재: 2초 (3초가 넘으면 사람들이 이탈)
- 구글 엔지니어들은 밀리초를 다투며, 400밀리초 지연도 길다고 느낌
- 민석의 경험: 스쿼시 예약 앱이 3초 안 뜨니까 껐다 다시 킴
틈새를 못 견디는 우리
- 화장실, 엘리베이터, 신호등 대기 중에도 핸드폰
- 바닥에 신호등이 생긴 이유: 사람들이 다 핸드폰을 보기 때문
지루함의 가치
- 지루함을 다루려면 자기 조절이 필요
- 내가 누군지, 뭘 좋아하는지 알려면 시간, 인내, 지루함, 발견에 대한 기대가 필요
- “모든 사람이 다른 곳으로, 미래로 서둘러 움직이는 이유는 아무도 자기 자신에게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 (책 인용)
정보의 역설
- “정보는 수용자의 주의를 소비한다”
- 많은 정보 → 주의력의 빈곤
토론 질문
- 최근 24시간, 2초를 못 기다려 짜증났던 순간은?
- 지루함과 함께 사라진 나의 능력이나 감각은 무엇인가?
대화
- 최근 24시간, 2초를 못 기다려 짜증났던 순간은?
- 혜승: “저도 2초 정도가 한계인 것 같아요. 유튜브를 보려고 하는데 인터넷 환경이 안 좋아서 재생이 안 돼. 그러면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계속 껐다가 다시 키고…”
- 민석: “회사 후배가 드라마도 2배속으로 본대요. 제가 ‘드라마를 2배속으로 보면 OST가 웃기게 들리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래서 사극 같은 OST가 좋은 드라마는 1배속으로 보다가, 다른 콘텐츠들은 거의 2배속으로 본다’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시간이 아까워서’래요. ‘세상에 볼 게 너무 많으니까’.”
- 미정: “저는 결말부터 봐요. 재생 바를 맨 뒤로 눌러서 어떻게 되는지 보고, 다시 앞으로 와서 봐요. 긴장감을 못 참겠어요. 끝을 보고 앞을 보면 복선이 더 잘 보여서 더 재밌어요.”
- 지루함과 함께 사라진 나의 능력이나 감각은 무엇인가?
- 도희: “원래는 망상하는 걸 좋아했는데, 심심하면 낙서를 했는데… 그게 휴대폰을 되게 쓰다 보니 아무것도 볼 것도 없는데 계속 보는 걸로 바뀐 것 같아요. 망상과 낙서가 사라진 것 같아요.”
- 혜승: “가족들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대화하는 것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핸드폰에… 요즘 되게 고급의 콘텐츠들도 많잖아요. 알고리즘이 워낙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막 보여주니까, 그런 거 볼 때 더 재밌을 때도 있어요.”
- 태훈: “지하철에서 자동으로 와이파이가 연결되잖아요. 그런데 끊길 때가 있어요. 그러면 바로 그걸 꺼야 돼요. 그걸 들었을 때 아, 나도 생각해 보면 2초를 못 기다리는 사람이었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루함과 함께 사라진 나의 능력이나 감각보다는 돈을 잃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유튜브 광고,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안 기다리기 위해서 돈을 내잖아요. 그리고 LTE로 바꾸기 위해서… 기다림을, 지루함을 못 이겨서 돈을 잃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 해주: “방금 우리가 돈을 잃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일 비싼 건 시간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 낭비되는 것들을 못 견디게 된 상황이 모두에게 점점 더 기술 때문에 발생하게 된 게 아닌가… 화장실 가는 5분도 너무 아까워서 핸드폰을 들고 가게 되잖아요. 지루함보다는 조급함을 얻게 된 거죠.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상실공포)도 사실 그래서 생긴 것 같아요. 내가 알지 못하는 더 좋은 정보나 콘텐츠가 있을 것 같아서요.”
- 태홍: “모르는 게 약인 것들을 알게 된다는 게 안 좋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수영을 하려고 해서 검색해보는데 ‘이런 거 하면 다칠 수 있대’ 이러면 안 하게 되잖아요. 다치는 영상 보면 또 겁나고. 그런 정보가 없었으면 그냥 했을 것 같은데…”
- 명인: “인터넷이 느려서 로딩이 안 되면, 저는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느린 걸 용납할 수 없으니까 원인을 찾으려고 돌아다녀요. 그게 연결되는 게… 뭔가 유능하지 못한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되게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빨리빨리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못 참게 돼요. 그리고 그게 과로한 노동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해요. 내가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원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나한테 그렇게 요구하고…”
4. 두 번째 주제: 소멸하는 장소, 개인화된 공간 (7장)
발제 장소의 역설
- “우리를 장소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기술이 어디에서나 우리를 추적한다” (GPS)
여행 vs 관광 (6장에서)
- 관광: 시간을 아까워함, 불안할 일이 없음 (패키지, 가이드)
- 여행: 시간을 즐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함
- “우리는 탐험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포즈를 취한다” (인증샷 문화)
편리함과 고립
- 덴마크 친구와 연락할 수 있지만, 옆집 사람과는 3개월간 말 안 함
- 택시 기사와 한마디도 안 하고 타고 내림
- 배달로 사람과 마주치지 않아도 됨
- 우연한 만남, 이웃의 정, 물리적 공동체, 뿌리내림의 감각 소멸
민석의 경험
- 앞집 이웃과 3개월간 모름 → 공통 친구가 카톡방 만들어줌 → 그제야 대화 시작
- 스쿼시장이 제3의 장소: 느슨하게 연결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대화 질문
- 집/회사/학교 외에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 낯선 사람들과 느슨하게 섞일 수 있는, 제 3의 장소인 오프라인 공간이 있는가?
- “안전한 온라인 고립” vs “불편한 물리적 공동체” 중 어느 쪽인가?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가?
대화
- 집/회사/학교 외에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 낯선 사람들과 느슨하게 섞일 수 있는, 제 3의 장소인 오프라인 공간이 있는가?
- 해주: “제 3의 장소는 공연장이요.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면서 온전하게 집중하고, 그걸 나한테 빗대어 생각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편이어서, 저한테는 그런 공간이 공연장이에요.”
- 미정: “어릴 때부터 다녔던 카페가 있는데, 사장님이 제 친구들이랑 친해요. 제가 가면 ‘누가 왔다 갔다’ 방문 기록을 말씀해 주세요. 근데 그럼 제가 계속 대화를 해야 될 것 같고, 재밌는 얘기를 해줘야 될 것 같아서… 오히려 자주 안 가게 되더라고요.” (웃음)
- “안전한 온라인 고립” vs “불편한 물리적 공동체” 중 어느 쪽인가?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가?
- 해주: “저도 점점 안전한 고립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주변에 두는 사람들도 내가 잘 알고, 결이 잘 맞는 사람들 위주로. 근데 그것만 있으면 건강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여행을 가거나 이런 커뮤니티로 오거나 해서 약간의 균열 같은 걸 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 태윤: “저는 물리적 공동체를 추구하지만, 지금 상태는 온라인 고립이에요. 지방에서 올라와서 아는 사람도 많이 없고, 주변에 전부 다 건축하는 사람들밖에 없어서 인생이 재미없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여기 나온 이유이기도 해요.”
- 미정: “저는 완전하게 안전한 온라인 고립을 선호하는 성향인데, 그걸 깨려고 이런 모임도 나와보는 것 같아요.”
5. 세 번째 주제: 마찰과 저항 (에필로그)
매끄러운 삶에 다시 마찰을 도입해야 한다
기술의 역설
- 기술은 해방의 도구이자 억압의 도구
- 장소를 해방시켰지만 → GPS로 우리를 추적
- 어디든 갈 수 있게 했지만 → 안전한 온라인 고립 상태로
마찰(friction)이란 무엇인가
- 단순히 불편한 것이 아님
-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스스로 정하게 해주는 필수적인 저항감
- 물리학의 마찰력처럼: 마찰력이 없으면 걸을 수 없음 (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미끄러짐)
- 저항감 없이는 제대로 살 수 없음
Friction Maxing (마찰 극대화)
- The Cut 매거진(2026년 초)의 칼럼에서 소개된 개념
- 이미지: 소파에 편안히 앉은 사람들 vs 힘들게 돌을 굴리는 사람들
- 특히 육아에서 강조: 어린이들이 아이패드를 보는 것보다 마찰이 있는 경험 필요
민석의 번역
- Friction Maxing = “일부러 불편하기”
- 불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항감을 되돌리기 위해
- 알고리즘이 만든 매끄러운 길 위에서 흘러가지 않고, 내 발로 딛고 서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선택
민석의 실천 사례
- 아침에 알람 없이 깨어남 (자연스럽게 6시에 깸)
- 클래식 FM 라디오를 6시 55분에 자동으로 켜서 7시 프로그램 오프닝 온전히 듣기
- 유튜브 알고리즘 끄기 (시청 기록 중지)
- SNS를 모바일에서 삭제, PC로만 접속
- 모든 앱 알림 끄기 (카톡 포함)
- 집에 가면 핸드폰 자동으로 개인 모드 전환 (전화도 울리지 않음)
대화 질문
- 이미 실천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저항이나 마찰은 무엇인가?
- 기술의 무한한 확장과 자유 vs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마찰을 만드는 것
- 불편함/마찰을 선택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진짜 자유는 무엇인가?
대화
- 이미 실천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저항이나 마찰은 무엇인가?
- 겸송(넷플연가 매니저): “저는 노래 들을 때 스트리밍 안 하고 LP를 듣거나 카세트 테이프를 들어요. 귀찮은 일이지만, 물성을 가지고 골라서 듣고 정리하고 다시 꽂아놓는 그 일련의 단계들이 음악에 더 가까워지게 하는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 도희: “여행 갈 때 일부러 인터넷이 안 되는 데를 가요. 등산하러 가면 전파가 안 터지고, 위험하니까 휴대폰을 하면 안 돼요. 강제적으로 디톡스가 되는데, 그러면 뭔가 치유가 되는 느낌이 있어요.”
- 혜승: “올해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알람 끄고 명상을 시작했어요. 핸드폰을 안 보려고 해요. 아침 시간을 다른 걸 소비하는 데 쓰지 않고, 나를 돌아보면서 시작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주말에 갈 카페를 탐색하다가 이미 갔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지쳐서, 이제는 일부러 그냥 지역만 정해놓고 걷다가 ‘여기 들어가 보면 좋겠다’ 해서 그냥 들어가요.”
- 해주: “저는 지하철 역 2~3개 정도 거리는 그냥 걸어요. 특히 야근하고 늦게 갈 때 일부러 일찍 내려서 걷는데, 되게 비효율적인 걸 택하고 몸으로 할 수 있는 걸 택하는 게 약간 다시 원위치로, 0점을 맞추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 태윤: “길 찾기할 때 이렇게 가도 되고 저렇게 가도 되는데, 저는 매번 다른 골목으로 가요. 출근할 때도 어느 날은 저쪽, 어떤 날은 이쪽.”
- 태훈: “제가 하는 게 기술에 대한 저항인 줄 몰랐는데, 여기 나오는 것도 어느 정도 저항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굳이 만나서 얘기할 필요 없잖아요, 사실.”
- 명인: “저는 손으로 글을 써요. 학교에서 다들 아이패드로 타이핑을 하는데, 저는 타이핑을 들으면서 못해서 필기를 해요. 한번은 친구한테 ‘혹시 종이 있니?’ 물어봤는데, 친구가 ‘너무 희한한 질문을 들었다’면서 ‘아니, 없어’ 이러더라고요.” (웃음) “근데 손으로 기록을 하면 제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어딨는지 더 감각적으로 느끼게 돼요.”
- 태홍: “저는 하이테크를 지향하는 게 오히려 기술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애플 펜슬은 더 펜으로 쓰는 느낌을 만들잖아요. 디지털스러운 거에 대한 거부감을, 디지털 기술을 더 개발해서 아날로그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걸 지향해요.”
- 기술의 무한한 확장과 자유 vs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마찰을 만드는 것
- 겸송: “사실 저희는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까지 번성할 수 있었던 건 연대감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그렇지만 기술이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우리의 부족함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 세대는 인간이기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 도희: “매끄러운 세상은 재미가 없어요. 만약 우리가 모두 돈이 많고, 무한한 시간이 있고, 완벽한 루틴을 살 수 있다면? 저는 직장을 나왔을 때 혼자 시간을 견디는 게 견딜 수 없이 힘들었어요. 근데 그렇게 되면서 예측 못했던 경험도 많이 했고, 훨씬 더 재미있는 삶이 펼쳐졌어요. 기술이 만든 매끄럽고 예측 가능한 환경보다는, 내가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되게 많은데, 우리가 그걸 단정지으면 안 된다는 태도를 가져야 되지 않을까요.”
- 혜승: “불편함을 통해서 나를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매끄럽기만 하면 모든 게 만족스럽고 거기서 멈출 것 같은데, 사람은 불편한 감각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본인을 더 잘 알 수 있어요. ‘나는 왜 이게 불편하지?’라고 생각해보면, ‘나는 이런 게 불편한 사람이고, 이 정도의 선이 필요한 사람이구나’를 오히려 긍정적인 경험보다 더 잘 알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해주: “음미하는 거요. 시간에 대한 의미일 수도 있고, 그냥 그 풍경에 대한 의미일 수도 있고.”
- 태훈: “경험 아닐까요? 매트릭스에 나온 대사 중에 제가 좋아하는 게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다르다’예요. 경험을 직접 해보는 거랑 아는 것은 확실히 달라요.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들, 우리한테 너무 많잖아요.”
- 민석: “뭔가 다음 세대는 인간이기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검정치마 노래 중에 그런 가사 있잖아요.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슬프네요. 우리가 마지막 인간종일지도… 그렇지만 우리는 오늘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게 또 재미있기도 해요.”
6. 활동 : 나의 타임라인 그리기
발제

활동 설명
- 종이 한 장과 색연필 한 쌍 배부
- 빨간색: 스크린 속의 시간, 데이터를 소비하는 시간
- 파란색: 내가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시간
- 평일 하루와 주말 하루를 그려보기
- 5분간 각자 작업 후 공유
대화
- 태훈: “거의 항상 하고 있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알람 소리 끄면서 팟캐스트 같은 거 틀고, 씻으면서 준비할 때까지 듣고, 회사 갈 때까지 듣고. 한 순간도 안 끄다가 일을 시작하고, 심지어 일할 때도 들을 때가 있어요. 평일에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만 파란색이에요. 운동하거나 수업 듣는 시간. 그 뒤에는 또 자기 전까지… 뭔가 보면서 잠들어요. 주말도 비슷해요. 대청소를 하는 동안에도 뭔가를 틀어놓고 들으면서 해요. 단 하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볼 때만큼은 핸드폰을 못 하니까 파란색이 되네요.”
- 혜승: “평일에는 일어나서 명상하고 일기 쓰고 나갈 준비해서 계속 일을 하고요. 회사에서 식사할 때는 사람들도 있고 같이 얘기하다 보니까 오히려 핸드폰을 잘 안 보는 것 같아요. 근데 퇴근하고 나서는…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SNS 하다가 잠드는 것 같아요. 주말에는 요가를 하거나 도자기 만드는 수업을 들어요. 오전부터 점심 식사까지 하고, 집에 오면 그때부터 콘텐츠 소비를 하게 돼요. 밀린 예능 같은 것들을 주로 보거나.”
- 민석: “저는 아침에 ‘창작하는 아침’이라는 줌 모임을 해요. 그때 글 쓰거나 책 읽거나 모임 준비하고. 출근은 좀 늦게 해요.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에 대한 약간 보상 심리 때문에… (웃음) 집에서 5시 40분에 일어나서 10시에 나갈 때도 있어요. 그 4시간을 거의 핸드폰 안 하고 글 쓰거나 책 읽거나 요리하면서 보내요. 퇴근하고는 피아노 치러 가거나 스쿼시장에서 스쿼시 치고. 야구 시즌이면 야구 보니까 끝까지 빨간색이 될 것 같아요. 근데 저, 내일 닌텐도 스위치 2가 배송 오거든요. 그래서 왠지 내일은 다 빨간색이지 않을까…” (폭소)
- 태윤: “평일에는 거의 빨간색인데, 밥 먹을 때 빼고는 다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참가자들: “밥 먹을 때는 안 보세요? 신기하다!” 태윤: “네, 밥에 집중하는 거죠. 주말은 달라요. 예전에는 집에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일어나면 나가자는 생각으로 그냥 나가요. 계획이 없어도. 핸드폰 보면서 하루를 다 보내면 너무 아까운 것 같아서. 그냥 일단 무조건 나가서 어디라도 다녀왔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요.”

7. 모임을 마치며
대화
- 태홍: “낯가림이 심해서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조금 익숙해지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웃음)
- 해주: “기대했던 ‘기술과 친해지기’와는 약간 다른 방향이었지만, 프릭션 맥싱 얘기를 들으면서 ‘이거 자체가 그거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명인 님이 다이어리를 꺼내 주신 걸 보고 저도 오랜만에 손글씨를 써봤는데, 잊고 있었던 감각이 떠올라서 너무 좋았어요.”
- 명인: “엄청 심각하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 약간 무거울 줄 예상했는데 오히려 더 일상에 가까운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나름 주도권은 안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빨간색을 그려보니까 침대 눕는 순간부터 그냥 계속 보고 있구나. 불편한 지점을 또 좀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 태훈: “제가 기대했던 바랑 비슷하게 진행된 모임이었던 것 같아요. 준비 잘해 주신 것 같고, 인사이트도 얻고… 유튜브 프리미엄 끊어도 되겠다 싶어서 한 달에 2만 원씩 벌 것 같아요.” (웃음)
- 도희: “고민하고 있던 문제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는 이런 주제로 작업을 구상하고 있거든요. 주제에 대한 확신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 혜승: “같은 질문인데 경험하신 게 다르고 생각도 다르셔서 제 생각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나름 뭐 아침에 딴짓도 안 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려보니까 도자기와 요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빨간색이라… 돌아보게 될 것 같아요.”
- 태윤: “이런 얘기를 회사에서는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요즘 환승연애 이런 거… 그런 걸 얘기를 많이 해서.” (웃음) “회사나 주변 사람들과 못 나눴던 얘기를 오늘 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생각보다 다양한 의견을 가지신 분들이 계셔서 더 좋았습니다.”
- 민석: “저는 오랫동안 이 주제에 되게 관심이 많았어요. 컴퓨터공학이랑 철학을 전공했고, 관련한 일도 하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사업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얘기하는 거지, 그냥 단순히 생각을 나누기 위한 대화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근데 오늘 우리가 한 대화는 사실 어떤 걸 이루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 한 거잖아요. 저는 이런 약간 쓸모없는 시간을 좀 많이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 시간이 쓸모없었다는 게 아니라, 뭔가 이걸로 생산성을 막 일으키는 게 아니어도, 이런 대화를 나누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그런 시간들이 많아져야 된다는 거죠. 오늘 늦은 시간까지 힘드셨을 텐데 잘 집중해 주시고, 이것 저것 질문하고 요청했는데도 다 열심히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8. 다음 모임 안내
2회차: 주체성 - 검색창보다 내 머릿속을 먼저 봐야 해
- 일시: 2026년 2월 6일
- 읽어올 책: 제임스 윌리엄스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 볼 다큐: 넷플릭스 ⟨소셜 딜레마⟩
민석: “오늘은 형이상학적 얘기였다면, 다음 주는 윤리에 관한 얘기가 될 거예요. 우리를 온통 빨간색으로 만드는 세상을 누가 만드는가? 왜 그렇게 하고 있고?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