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오는 날
이번 주는 쉽지 않은 한 주였다. 목표를 잘 세우고 하나씩 해내면서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한 길에서 예상치 않게 돌을 맞는 일이 있었다. 돌을 던지려고 던진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맞은 사람에겐 멍이 들었다. 어쨌든 기분이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고, 이러다간 엄한 곳에 화풀이를 하게될 것 같아서, 마지막 미팅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탔다. 분명 어제 저녁에 텔레비전에서 본 날씨 예보에는 오늘 저녁에 눈이 내린다고 했는데, 밖을 내다봐도 눈이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하늘이 파랗기만 했다.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어서 괜히 터널에서 엑셀을 부아앙 밟았다. 바로 노인보호구역이라 30으로 속도를 줄여야했지만… 조금 일찍 나온 덕에 퇴근길이 많이 막히지 않아서, 동네 맛있는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려고 방향을 틀었다. 언제나처럼 차에서는 클래식 FM이 나오고 있었다. 5시에서 6시에 하는 FM풍류마을의 국악이 끝나고, 저녁 6시가 되어 세상의 모든 음악이 시작됐다. 오프닝 시그널이 들리고 DJ의 오프닝 멘트가 시작되었다. 이 멘트가 시작될 때쯤 거짓말처럼 첫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 눈은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내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겐 어제 첫 눈이 다녀갔고, 누군가에겐 지금 첫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 지방에는 지금 첫 눈이 내리고 있죠. 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햇살이 환-해서 정말 오늘 첫눈이 내릴까 싶었는데, 조용히 눈이 내려 쌓이고 있습니다. 첫 눈이 오는 순간을 함께 맞이한다는 건 굉장한 일이죠. 방송을 시작하기 직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서울의 첫 눈을 애청자 여러분께 보냅니다. 함께 맞이한 2025년의 첫 눈 이야기가 우리가 오래 나눌 추억이 되면 좋겠습니다. 퇴근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더딘 길 속에서도 첫 눈을 함께 맞이한 사이가 된 사람들에게 축복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첫 눈 내리는 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항상 수도권 중심으로 ‘첫 눈’을 이야기하고 호들갑 떠는 것에 조금의 불편감이 있었는데, 전국에 방송되는 라디오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첫 눈 멘트 아닌가 싶었다. 뒤이어 김효근의 눈, 영화 러브스토리 삽입곡인 Snow Frolic가 흘렀다. 예쁘게 내리는 눈을 보며 이 음악들을 가만히 들으니 괜히 돌을 맞고 안좋아졌던 기분도 나아지는 것 같았다. 주차를 해놓고 부랴부랴 집에 들어와서 저녁을 챙겨 먹고 티비를 한참 보다가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고, 눈이 꽤 쌓여있었다. 엄마와 통화를 했고, 천둥이 쳐서 벌벌 떨고있다는 호돌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다. 엄마에게 요즘 연습하고 있는 피아노 곡을 몇 곡 연주해서 들려주고, 장조림 태우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멍이 든 자리가 조금 회복된 것 같았다. 별로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면서.. 세음에서 올려준 오늘 보이는 라디오 들으면서 하루 마무리! 내일은 또 아침 일찍 대전 내려가는 기차를 타야한다. 부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