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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weather syndrome

bad weather syndrome: 여행을 떠나면 그 여행의 하이라이트 데이에 나쁜 날씨를 만나는 증후군.


  • 이 증후군은 2002년 거제도부터 시작되어 2005년 백두산, 2006년 제주도와 금강산, 2011년 수락산 계곡, 2013년 경주, 2014년 보성, 2015년 부천 캠핑장과 안산 락페스티벌, 2016년 한라산, 2017년 일본 돗토리.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수 많은 날들을 포함해 현재진행중이다. 언제 사라질 지 알 수 없고 어떻게 치료해야하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내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이 bad weather들은 나를 놓아주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bad weather의 순간 순간에 존재했던 나를 기억하는 것. 우산을 쓰고 헛웃음짓던 나를, 눈썹에 속눈썹까지 다 언 얼굴로 윗새오름 앞에서 셀카를 찍던 나를, 거제의 민박집에서 엄마 무릎에 누워 내리는 비를 바라보던 나를. 그 나들을 기억하고 도닥이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 방법만이 내가 이 증후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긴 터널 속에서 하고 있는 나의 긴 여행에서 난 여전히, 나쁜 날씨를 만났다. 예쁘지 않은 눈이 내렸고, 폭우가 내렸고, 기분나쁜 꿉꿉함이 나를 짓눌렀고, 우박이 나를 때리기도 했다. 나의 7개월동안의 시간은 그 나쁜 날씨를 더이상 만나지 않게 해주는 시간은 아니었다. 매일 햇빛만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도깨비 방망이질은 아니었다. 그저 난 그 긴 터널 속에서 나쁜 날씨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웠다. 눈이 내리면, 아이젠을 신어야해. 우박이 내리면 비닐우산이 아니라 좀 더 돈을 들여 튼튼한 우산을 사야해. 비가 내리면 전자기기가 젖을 지 모르니 우비 속에 가방을 꼭꼭 싸매야해. 나의 나쁜 날씨들을 꺼내어, 하나 하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했다. 나쁜 날씨를 만나도 그 앞에서 속상해하거나 울지 않고, 그 순간의 나로서 존재하는 법을 배웠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그 모든 날들에 나는 나로서 존재했으니. 나로 있었던 그 모든 시간들을 나는 잊지 않고 있으니. 또 다시 눈이 올까 비가 올까 두렵지만, 그래서 자꾸만 날씨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만 그래도 나는 떠날꺼니까. 그 여행지로 나는 떠날 거니까. 그래서 그 긴 터널에 끝에 보이는 빛을 향해 갈거니까. 그 터널이 정릉터널이라, 그 다음에 또 길고 긴 홍지문터널이 나오더라도 그래도 그 터널을 또 넘어서면 그래서 달리고 달리면, 성산대교도 지나 한강 저 너머로, 이 고통만 가득한 서울 밖으로 도망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