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4일
2015년 11월 14일. 그 날은 천강 알바생인 나에게 힘들었던 날로 기억된다. 민중총궐기가 있었고 종로3가에 가까운 인사동에 위치한 우리 가게는, 그리고 우리 가게의 오랜 특성 상. 집회가 있는 날엔 손님이 항상 많았으니까. 그 날은 추웠고 마당엔 가스난로를 피웠다. 손님들은 집회 중에 들러 동동주를 마시며 쉬다 갔고 아예 우리 가게에 눌러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들어오는 손님들의 가방은 젖어있었고 머리도 물로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손님들은 양말, 옷 등을 벗어서 난로 앞에서 말리기도 했다. 캡사이신이 들어간 물대포를 맞은 손님들은 가게 마당에 앉아 씻기도 했다. 저녁 여덟시쯤 되었을까. 가게 안에 손님이 꽉 들어차서 정신없이 서빙을 하고 있던 중으로 기억한다. 주방에서 음식을 하시던 사장이모님이 갑자기 나오시더니, "농민회장 백남기님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하셨답니다.."라고 크게 말하셨다. 가게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다들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일하던 나는 부끄럽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